'트롯트계 황제'라 불리는 가수 나훈아(73) 씨가 15년 만에 KBS를 통해 안방극장에 등장하자 시청률이 폭발했다. 일부 지역에선 40% 육박이라는 이례적인 수치가 나왔다.
1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추석 연휴 첫날이었던 전날 오후 8시 30분부터 11시까지 KBS 2TV가 방송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시청률은 29.0%로 집계됐다. 이는 KBS 2TV 주말드라마 정도를 제외하면 좀처럼 보기 어려운 수치다.
지역별로는 부산에서 38.0%로 가장 높았고 대구·구미에서 36.9%로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도 30.03%를 기록하며 총 3개 지역에서 30%대를 돌파했다. 이밖에 수도권에서는 27.2%, 광주에서는 22.4%, 대전에서는 27.2%였다.
나훈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을 위해 무보수로 15년 만에 TV에 출연했다. 지난 23일 1000명의 관객과 비대면 공연을 했고, 전날 그 현장이 방송됐다.
그는 2시간 반 동안 지친 기색 없이 다양한 레퍼토리를 보여주고 들려주며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고향·사랑·인생을 주제로 구성한 총 3부 분량의 공연에서 ‘홍시’ ‘무시로’ ‘잡초’ ‘영영’ ‘사내’ 등 히트곡에 신곡을 더해 30여 곡을 불렀다. 무대는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로 구성했다. 마지막은 공연 제목처럼 온 국민이 다시 힘을 내자는 응원으로 맺었다.
그의 폭발적인 가창력만큼 소신 발언도 주목받았다. 그는 '깜짝 MC'로 등장한 김동건 아나운서와 대화 중에 "KBS는 국민을 위한 방송이지요? 두고 보세요. KBS는 앞으로 거듭날 겁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방역의 최일선에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습니다.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 하면 바로 오늘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습니다.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세계에서 제일 위대한 1등 국민입니다."고 언급했다.
'나라가 주는 훈장을 왜 사양했냐'는 질문에 대해 나훈아는 "세월의 무게가 무겁고 가수라는 직업의 무게도 무거운데 어떻게 훈장까지 달고 삽니까. 노랫말 쓰고 노래하는 사람은 영혼이 자유로워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노래는 언제까지 부를 것이냐는 질문에 나훈아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내려올 자리나 시간을 찾고 있다. 이제는 내려올 시간이라 생각하고, 그게 길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고 답했다.
한편 가황의 출연에 대기업 등에서 광고가 다수 붙었으나 공연 흐름을 고려한 듯 중간광고는 없었고, 다시보기 서비스도 제공되지 않았다.
KBS는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오는 3일 밤 10시 30분 나훈아와 제작진의 6개월간 공연 준비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15년 만의 외출'을 방송할 예정이다.
채선희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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