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탈원전' 한다던 文정부, 원전 자재 '불용처리' 18배 ↑

입력 2020-09-30 10:40
수정 2020-09-30 13:54

탈(脫)원전 정책 직격탄을 맞고 경영이 악화된 한국수력원자력이 사용하지 않고 쌓아둔 재고가 총 1조8000억원 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후화 등으로 '불용처리'된 자재 규모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8배(금액 기준)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실이 30일 한수원과 조달청으로부터 받은 '한수원 재고자산 금액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수원의 재고자산은 1조8082억원(금액 기준)에 달했다. 원전 정비 등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는 자재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조원 가까이 된다는 얘기다. 2010~2016년 2000~6000억원대 수준이던 한수원 재고 자산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조원을 돌파(1조1075억원)했고, 2018년 1조4452억원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증가했다.

한수원 재고자산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매년 30% 가까이(금액 기준) 늘어나고 있다. 2018년엔 전년보다 재고가 30.2% 증가했고, 지난해엔 또 이보다 24.9% 불었다. 가동한지 오래된 원전이 늘어나면서 부품 예비량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한수원 측 설명이다. 5년이상 장기재고는 5만1104품목, 금액으론 3309억원 어치에 달했다. 구매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쓰지 않은 재고도 1만4621품목, 327억원 규모나 됐다.

문재인 정부가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 불허 방침을 밝혔지만 원전 재고는 크게 늘어나면서 결국 불용처리될 자재 규모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2015년 8000만원 수준이었던 불용처리 금액은 2017년 4억2000만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74억1000억원까지 크게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자재 불용처리 금액만 18배 불어난 셈이다. 정부는 2034년까지 원전 9기를 없애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어 이 금액은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늘어난 재고량만큼 한수원의 재고관리시스템 자체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들인 자재 대비 사용된 자재 비율인 부품 출고율은 2017년 59%에서 2018년 53%, 2019년엔 51%까지 떨어졌다. 10개 자재를 사면 이중 5개만 쓰고 나머지 5개는 장기 재고로 넘겨졌다는 뜻이다.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해올 때 품질증빙서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실제 원전 정비에 사용하지 못하고 장기간 쌓아두는 경우도 수백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허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내세운 탈원전 정책과 맞물려 한수원의 수익은 줄고 재고자산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즉각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그 부작용은 전기값 폭등 등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수원의 영업이익은 탈원전 정책 직격탄을 맞아 2018년 1조1456억원에서 지난해 783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 상반기는 작년보다도 영업이익이 22% 급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