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지난 22일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 실종자 이모씨(47) 피살 당시 급박했던 북한군의 내부 보고와 ‘사살 명령’을 포함한 상부 지시 내용을 감청을 통해 실시간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당국은 그러나 당시 감청 내용에 ‘사살’이라는 단어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등에 따르면 군은 실종 공무원 이씨가 서해 등산곶 인근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된 시점인 22일 오후 3시30분 전부터 북한군의 교신 내용을 무선 감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해군사령부가 “사살하라”는 명령을 하달했고, 북한군 대위급 정장이 “다시 묻겠습니다. 사살하라고요? 정말입니까?”라고 되물었다는 내용이다. 이후 22일 오후 9시40분께 현장에서 “사살했다”는 보고가 윗선에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이씨가 사살됐다는 사실을 청와대 등과 즉시 공유했지만, 이 사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로 전달된 것은 이튿날인 23일 오전 8시30분께였다. 이 같은 내용은 국방위원회 비공개 보고에서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방부는 입장문을 통해 “당시 우리 군이 획득한 다양한 출처의 첩보 에서 ‘사살’을 언급한 내용은 전혀 없다”며 “우리 군은 단편적인 첩보를 종합 분석해 추후 관련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도 북측 고속정 정장이 상부의 사격 지시를 받는 통신 내용을 우리 군당국이 감청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보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해양경찰청은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이라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경청은 이날 “이씨의 단순 실족 가능성과 극단적 선택 기도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선상에서 단순 실족일 경우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자신의 신상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데서 자진 월북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해경 측 주장이다.
이씨의 형 이래진 씨(55)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해경이) 현장조사와 시뮬레이션을 통한 공법을 여러 가지 제시했어야 하는데 그러한 것들을 제시하지 않고 급하게 월북으로 몰아갔다”며 “해경 발표는 한마디로 소설”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호/인천=강준완/최다은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