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한 '귀성 자제' 방침이 수도권에 '부메랑 효과'로 돌아오진 않을까. 추석 연휴 기간 서울 홍대와 강남 거리는 낮에는 확연히 인파가 줄었지만 밤엔 도리어 문전성시를 이뤄 우려를 자아냈다.
연휴 첫날인 지난달 30일 홍대 상권에서 만난 가게 주인들은 "작년 추석과 비교하면 사람이 확실히 없는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16년 동안 홍대 앞에서 고깃집을 운영한다는 김모 씨(61)는 "작년에 비해 손님이 7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며 "명절에 하루도 쉰 적이 없지만 올해는 처음 명절 휴업을 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홍대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윤모 씨(57), 화장품 가게 주인 오모 씨(37)도 작년 명절과 비교하면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8시30분께 홍대 거리는 한산한 편이었다. 오가는 사람들에 어깨를 부딪쳐야 했던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몇몇 식당은 젊은 손님들이 자리를 채우기도 했지만 대체로 길거리는 조용했다.
폐지를 줍던 김모 씨(80)는 "작년은 명절이라도 사람이 많았는데 올해는 사람이 별로 없다. 새벽에 쓰레기가 참 많이 나왔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며 "원체 장사 자체가 안 돼서 그렇다. 코로나 때문에 빈 가게도 많다"고 전했다.
손님 한 명도 없는 가게가 수두룩했다. 빈 식당 앞에서 손님이 올까 서성이는 점주들 모습도 자주 포착됐다.
비슷한 시각 강남역 일대도 상황은 비슷했다. 사람이 많지 않은 데다 비까지 내리는 통에 거리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풍겼다. 식당에서 나와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였다.
길에서 만난 정모 씨(23)는 잠깐 친구와 만나 저녁을 먹으러 나왔지만 이달 1일 서울에 있는 할머니 댁에 가야 한다며 귀갓길을 서둘렀다. 퇴근 후 남자친구와 저녁식사 후 귀가하던 김모 씨(28)도 "내일 추석이라 빨리 가야 한다"고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술집들은 상황이 180도 달랐다. 바깥 테라스 위주로 사람이 있던 술집들은 오후 10시가 지나자 실내까지 가득 찼다. 일부 포차에서는 웨이팅(대기)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대기 인원이 몰리면서 담배를 피러 나온 사람들과 술집을 배회하는 사람들로 차 좁은 길을 차가 지나다니기 어려울 정도였다.
강남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작년 추석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 매출도 작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몰려드는 인파에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거리두기를 의식하며 손님을 테이블로 안내하던 포차도 계속 가게에 들어서는 손님들에게 결국 모든 자리를 내줬다.
실내에 촘촘히 앉아 마스크를 벗은 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태반이었지만 말리는 직원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QR 체크인(전자출입명부) 등 형식적 절차는 지키고 있었지만 실질적 방역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거리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거리두기는 커녕 테이블을 잡아 놓았으니 같이 놀자며 길거리에서 여성들에게 합석을 제안하는 남성들도 있었다.
한산했던 홍대도 오후 10시가 지나자 술집만큼은 붐볐다. 11시가 다 될 무렵 홍대 앞 삼거리 유명 포차에 문의하자 "한 시간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근의 또 다른 포차도 "만석이라 지금 오면 무조건 웨이팅해야 한다. 오늘(9월30일)도 내일(10월1일)도 10시 이후부터는 무조건 기다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추석이라는 이례적 상황에도 홍대의 '술자리'는 살아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이처럼 정부의 고향 방문 자제 방침에도 연휴 기간 늦은 시간 술 약속을 잡고 외출하는 이들이 늘면서 수도권 방역망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술집, 포차 등은 밀착하는 경우가 많고 지속적 마스크 착용이 어려워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집단감염에 취약한 환경이 만들어진다.
명절에 귀향을 포기하는 이른바 '귀포족', 혼자 추석을 보내는 '혼추족'이 늘어나면서 이같은 경향은 오히려 더 심해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은 이번 추석 연휴 고향을 찾는 방문객은 코로나19 여파로 작년보다 30%가량 줄어든 2759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연휴 기간 집단감염에 대한 긴장감을 놓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추석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선 마스크를 잘 쓰고 사람 많은 곳은 가지 말아야 한다"며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은 수도권이건 아니건 어디든 집단감염 위험이 있다.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검사 수가 줄어드는 '주말 효과'가 있는 상태에서 (지난달 25~28일) 확진자가 두 자리 수로 줄었다는 검사 결과가 발표돼 특히 젊은층의 경각심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면서 "감염은 술집이든 카페든 예외가 없다. 고위험시설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로 다른 장소에 사람들이 더 몰릴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신현아/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