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에 의해 피살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형인 이래진 씨(사진)는 29일 외신기자들 앞에서 A씨가 월북했을 리가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울러 해경 측이 월북의 근거로 주장하고 있는 채무 문제에 대해선 '픽션(허구)'이라고 주장했다.
이래진 씨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적대국인 북한의 통신 감청 내용은 믿어주면서 (동생이) 월북했다고 단정하며 엄청난 범죄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생은 8년간 조국에 헌신한 애국자"이래진 씨는 "동생은 국가공무원으로 8년간 일하며 조국에 헌신하고 봉사한 애국자였다"며 "이런 동생을 월북으로 몰아가는 정부에게 미래는 어디에 있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서해북방한계선(NLL) 이남의 해상표류 행적과 동선, 당국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며 "이씨가 실종돼 해상 표류한 30여 시간 동안 정부와 군 당국은 구조에 관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NLL 북쪽으로 유입된 뒤인 '골든타임' 6시간 동안에도 우리 군은 그 어떤 수단도 사용하지 않았다"며 "두 번의 골든 타임에는 아무 조치도 못 받고 북측 NLL로부터 불과 0.2마일(약 321m) 떨어진 해상에서 체포돼 죽임을 당하는 억울한 일이 왜 일어났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 군은 골든타임 동안 북한과 비상연락이 안 됐다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NLL 가까이 왔다고 해서 무선 교신으로 경고 방송을 했고 우리 군도 바로 대응방송을 했다"라며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했다.
A씨 월북 근거로 '도박 빚' 제시한 해경그러면서 "실종사고를 접하고 제가 직접 해상수색에 돌입할 때에도 동생은 국가와 형이 충분히 구조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라며 "죽을 때는 국가와 형을 원망하며 조국과 가슴을 담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래진 씨는 "동생의 시신을 간절히 찾고 싶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시신을 돌려달라고 간절히 호소한다"며 "대한민국 국민들이 비참하게 희생당하는 대립보다는 남북한 모두에게 평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양수산부 소속인 A씨는 지난 21일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업무 중 실종됐다. 해수부와 해경은 이날 오후 12시50분쯤 실종신고가 들어온 뒤 A씨 수색에 나섰지만 찾지 못했다. A씨는 22일 오후 9시40분 북한 영해에서 북한군 총격에 의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날 해경은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등을 확인했다"며 "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 실종자가 연평도 주변 해역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표류 예측 분석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실종자는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A씨의 월북 근거로 '도박 빚'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래진 씨는 이와 관련해 "픽션"이라고 반박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