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국내 증시는 단기적으로 조정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성장주의 상승이 둔화됐고, 환율 변동성이 커져서다. 여기에 미국 대선이 가까워진 점도 부담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성장주와 가치주를 균등하게 배분해 투자하는 '바벨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가파르게 상승한 국내 증시, 단기 조정 가능성 커졌다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19일 종가 기준 1457.64로 연중 최저점을 기록한 코스피지수는 지난 8월13일 2437.53까지 치솟으면서 무려 5개월 만에 67.22% 급등했다. 코스닥지수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99.54%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지수는 240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올해 3월 이후 코스피 반등은 과거 30년 간 주요 반등 국면에 비해 빠른 속도를 보였다. 특히, 첫 3개월 간은 매우 가파른 'V자 반등'을 보였다. 또 반등 구간에서 조정 폭도 작았다. 통상적으로 조정을 받으면 고점 대비 수익률 최대 하락 폭이 10%정도지만, 이번엔 5% 수준만 겪었다.
반대로 말하면 향후 조정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의미다. 이 증권사 강봉주 연구원은 "6개월 간 코스피가 큰 조정 없이 1000포인트 반등한 점은 돌발 악재나 차익 실현성 매도에 취약하다는 의미"라며 "종목들이 광범위하게 강세를 보이지 못하고, 일부 종목들에 의해 주가 지수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코스피 둘러싼 '겹악재'…성장주 둔화·환율 변동성 확대·美 대선여기에 국내 증시의 상승을 주도했던 이른바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까지 흔들리고 있다. KRX BBIG K-뉴딜지수는 출시 이후 10.93% 내렸다. 시총 상위 BBIG 종목의 시가총액도 큰 폭으로 줄었다. 네이버 LG화학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카카오의 지난달 29일 기준 시가총액은 207조3636억원으로 이달초 대비 25조6308억원(11%)이나 감소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BBIG 업종들은 가파른 상승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가중됐다"며 "최근 변동성도 높아진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또 환율 변동성도 커졌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 변동폭은 31.1원이었다. 지난달 9일 1189.1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21일에는 1158.0원까지 하락하는 등 큰 폭으로 출렁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환율 변동성으로 증시가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며 "환율이 낮아지면 수출 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에 부담이, 반대로 환율이 높아지면 외국인 수급 등에서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대선도 조정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오는 11월 3일로 예정된 미국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증시 변동성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1992년부터 미국 대선 직전의 흐름을 분석해본 결과 1992~2016년 총 7번 사례에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 지수가 모두 상승했다"며 "월간 상승률로 보면 미국 대선 직전인 10월 VIX의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변동성 확대될 땐…'바벨 전략'으로 대응해야이처럼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예상되면서 성장주와 가치주(경기민감주)로 구성된 바벨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유동성이 풍부한 2300선 이상에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로 인식되는 가치주 투자를, 2300선 이하에서는 성장동력이 강화되는 종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중장기 관점에서는 성장주에 대한 투자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의 영역에 따라 선택적인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점진적으로 커지는 성장주의 투자비중을 기술적으로 낮추는 대신 기초체력 정상화와 정책효과에 민감도가 큰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배당 지급 시기인 12월이 가까워지면서 배당주에 주목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순 고배당주가 아닌 이익이 함께 성장하는 '배당성장주'를 관심 있게 볼 것을 추천했다.
8년 연속 순이익과 배당이 증가한 기업으로는 삼성에스디에스 더존비즈온 F&F 리노공업 동진세미켐 등이 있다. 코스피 배당성장50지수 종목 중 3분기 순이익 전망치가 최근 1개월간 상향된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LG화학 현대차 LG생활건강 LG전자 고려아연 CJ제일제당 등이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