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자녀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에게 총 4932억원 상당의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증여한다.
재계에서는 증여세 규모가 총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증여 세금으로 내야할 돈이 증여받는 돈의 60%에 달하는 이유는 뭘까.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그리고 정용진 정유경 남매가 최대주주라는 경우의 수가 복합 작용한 결과다.
29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8일 정 부회장에게 이마트 지분 8.22%를, 정 사장에게 신세계 지분 8.22%를 증여했다.
정 부회장에게 돌아가는 이마트(28일 종가 14만1500원) 증여주식의 평가금액은 3244억원, 정 사장의 신세계(20만8500원) 증여주식 평가액은 1688억원으로 추산된다. 총 4932억원 규모다.
증여에 따라 정 부회장이 이마트의 최대주주로, 정 사장은 신세계 최대주주가 되면서 이번 증여세 규모는 30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증여세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증여액이 30억원을 넘을 경우 최고 세율 50%가 매겨지고, 여기에 최대주주 보유주식일 경우 할증률 20%가 붙는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증여세율 정 부회장의 증여세는 1622억원 수준이고, 여기에 최대주주에 대한 20% 할증 부과 시 총 1946억원"이라며 "정 사장 역시 증여세 844억원에 최대주주 할증을 고려하면 총 1013억원 가량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30억원 이상일 때 적용받는 누진공제 4억6000만원을 제하면 정 부회장과 정 사장의 납세액은 각각 1942억원, 1007억원 수준이 된다. 정 부회장과 정 사장의 납세액이 총 2949억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향후 두 달간 주가 변동 추이에 따라 세금 액수는 변할 수 있다. 상장사 주식 증여의 경우 증여일로부터 60일 이전~60일 이후(120일) 종가의 평균으로 증여세를 정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완납이 부담스럽다면 증여주식 일부를 세무서에 담보로 결고 최장 5년간 나눠 낼 수도 있다.
추가로 주가가 급락할 경우 이 회장이 주식의 증여 시점을 변경할 수도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기한은 증여가 발생한 월의 마지막 날로부터 3개월 내이기 때문이다. 실제 CJ그룹은 증여 취소 기간인 3월 31일 증여를 취소한 후 재증여를 결정하며 절세 효과를 낸 바 있다.
한편 이번 증여 결정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상속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해소된 동시에 이마트와 신세계의 주가 저평가를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연구원은 "주가 저평가 구간에서 증여하는 것이 증여세 부담을 가장 경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대주주들이 이마트, 신세계 주가가 하락할 확률보다는 상승할 확률이 높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합법적인 납세 절차를 통해 증여해 지배구조 측면에서의 기업 투명성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신세계그룹은 대형 할인마트를 비롯한 종합 유통업체인 이마트와 백화점과 면세점 위주의 신세계로 분리 체제를 확립했다"며 "실제 실적 개선이 관건이나 중장기 주가 저점 신호(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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