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은행 등 주요은행 다섯곳의 올 하반기 신규 채용규모는 907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공개채용과 수시채용 규모를 합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민은행 200명, 신한은행 250명, 우리은행 157명, 하나은행 150명, 농협은행(5급) 150명 등이다. 지난해 하반기(1394명)보다 34%(487명)나 줄어들었다. 은행들이 신규채용에 나서지만 디지털, 전문직 채용에 비중이 높아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이 갈 수 있는 일반직 채용규모는 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자는 "앞으로 은행 입사를 희망하는 구직자는 저학년때부터 관련 분야 준비를 통해 수시채용에 지원할 것"을 조언했다. ◆은행 5곳 채용 34% 감소 지난해보다 채용규모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300명(대졸 공채 240명)과 450명(350명)을 뽑아 모두 750명(590명)을 채용했으나 올해는 상반기 40명, 하반기 157명 등으로 공채·수시채용·고졸 채용을 합쳐 모두 197명을 채용한다. 지난해의 35%수준이다.
수시채용없이 공채로만 채용을 진행해 온 농협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340명(6급), 하반기 190명(5급) 등 모두 530명을 채용했다. 올해는 상반기 6급 280명 디지털 인턴 20명 등 300명을 선발했다. 하반기에는 150명을 뽑아 모두 450명을 뽑을 전망이다.
지난해 497명을 뽑았던 국민은행은 올해는 상반기에 디지털 수시채용 60명을 포함해 모두 107명을 뽑았다. 하반기에는 BU(유니버셜 뱅커), 디지털직 등을 포함해 200명을 뽑는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수시채용 등을 통해 100명을 선발했고 하반기에는 △일반직 신입행원 정기채용 △기업금융/WM 경력직 수시채용 △디지털·ICT 수시채용 △디지털·ICT 석박사 특별전형 △특성화고 ICT 수시채용 △전문분야 맞춤형(Bespoke:IB,금융공학,디지털기획,전문 자격증) 수시채용 등 5개 분야에서 25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수시채용 도입을 선언한 하나은행은 지난해 하반기에는 200명을 선발했다. 올 상반기에는 본사 전문직 등 분야에서 50명을 뽑았고, 하반기에는 150명을 채용한다. 하나은행은 이번 채용에서 △글로벌 △디지털 △자금·신탁 △기업금융·IB 등 4개 분야에서 선발한다.
◆디지털, 전문직 채용은 늘려 은행들의 전체적인 채용규모는 줄였지만 디지털 인력 채용은 늘리고 있다. 올 상반기 신한, 국민, 우리, 농협은행은 모두 디지털 ICT(정보통신기술) 인력을 채용했다. 농협은행은 처음으로 △디지털(블록체인,인공지능,빅데이터,콜인프라) △카드 디지털(웹모바일,간편결제,빅데이터) 등의 분야에서 채용형 인턴을 뽑기도 했다. 이들 은행 대부분은 하반기에도 디지털 인력을 모두 채용중이다. 그만큼 디지털 인력 채용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본사 전문직 채용도 늘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IT·데이터 직을 뽑으면서 국제 투자은행(IB) 부문의 경력직도 채용했다. 우리은행도 디지털·IT 채용과 함께 IB·자금 분야를 선발했다. 하나은행은 본부에서 근무할 △펀드 PM(경력) △PB 마케팅·데이터 분석(신입·경력) △온라인 교육운영(경력) △기술평가(경력) △대금 지급(신입·경력) 등 5개 직무에서 수시채용을 진행했다.
신입사원 채용도 엄격해 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필기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사전 디지털 과제'와 '디지털 온라인 강의'를 청취토록 했다. 국민은행측은 당초에는 서류지원자를 대상으로 모두 이 두가지 과제를 제출하도록 했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지원분야와 전공이 일치해야 지원이 가능토록 제한하고 있다. 글로벌 분야는 제2외국어 전공자나 가능자, 디지털·자금신탁 분야는 이공·자연계열, 기업금융IB 분야는 이공·자연·상경계열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들이 수시채용을 늘리고 채용전형을 까다롭게 하는데는 플랫폼 기반의 금융사 진출과 블라인드 채용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의 플랫폼 금융사들이 빠르게 기존 은행 고객을 잠식하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2018년부터 블라인드 도입으로 원하는 인재 선발에 한계를 느껴 지원단계부터 제한을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