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28일 전격 단행한 사장단 인사는 ‘3세 경영’의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파격적인 세대교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내정된 10개 계열사의 신임 대표 중 1983년생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 외에도 1970년대생 대표가 세 명 발탁됐다. 그룹 최초 여성 대표도 나왔다. 김 대표를 앞세운 한화그룹이 3세 경영 출범에 맞춰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대 그룹 첫 정기 인사한화그룹은 이날 예정에 없던 10개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를 했다. 30대 그룹 가운데 첫 정기 인사다. 통상 한화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시점인 매년 10월께 사장단 정기인사를 발표한다. 한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하는 가운데 내년도 사업 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하고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표이사 인사를 일찍 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 대표가 새로 내정된 곳은 한화솔루션을 비롯해 (주)한화 글로벌·방산부문, 한화정밀기계, 한화디펜스, 한화종합화학 사업·전략부문, 한화토탈, 한화에스테이트, 한화역사 등 10곳이다. (주)한화 글로벌부문 대표에는 김맹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유럽사업부문장이 내정됐다. (주)한화 방산부문 대표에는 김승모 부사장이 승진했다.
한화정밀기계 대표는 옥경석 (주)한화 화학·방산 및 기계부문 대표가 겸직한다. 옥 대표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계사업 전반을 맡아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한화디펜스는 손재일 (주)한화 지원부문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로 내정됐다. 2017년부터 한화디펜스를 이끌어 온 이성수 대표(전무)는 (주)한화 지원부문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한화종합화학에서는 박흥권 (주)한화 전략실장이 사업부문, 박승덕 한화솔루션 사업전략실장이 전략부문 대표로 내정됐다. 한화토탈 대표는 김종서 한화큐셀 재팬법인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맡는다. 한화에스테이트는 이강만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 부사장이 대표로 내정됐다. 한화역사 대표로 내정된 김은희 한화갤러리아 기획부문장은 한화그룹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김 부문장은 상무로 승진하며 대표이사를 맡는다. 대폭 젊어진 한화 사장단한화그룹 사장단 인사의 특징은 세대교체와 함께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 검증된 내부인사 발탁 등으로 요약된다. 1983년생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를 제외하더라도 총 10명 중 3명이 1970년대생(박흥권·박승덕·김은희)이다. 첫 여성 CEO로 발탁된 김은희 대표는 1978년생으로 42세다. 김승모 (주)한화 방산부문 대표와 김종서 한화토탈 대표 등 다른 CEO도 대부분 1960년대생, 50대로 구성됐다.
이번 인사로 한화그룹 CEO의 평균 연령은 55.7세로 이전(58.1세)보다 2세 이상 낮아졌다. 한화는 “나이·연차·성별과 상관없이 전문성과 역량을 보유한 대표이사를 과감히 발탁해 전면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출신인 옥경석 한화정밀기계 대표이사와 두산중공업 출신인 박흥권 한화종합화학 사업부문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8명은 모두 한화그룹으로 입사한 내부 출신이다.
이날 내정된 10개 계열사 대표들의 최종 선임은 각 사별 주주총회 및 이사회 등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외부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화그룹의 이번 파격 인사가 다른 그룹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