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디섐보처럼…팔뚝퍼터로 바꾼 최진호 "효과 봤어요"

입력 2020-09-28 17:53
수정 2020-09-29 00:33
최진호(36·사진)는 ‘도전형’ 골퍼다. 국가대표를 거쳐 2005년 한국프로골프(KPGA)에 데뷔한 그는 신인상을 시작으로 통산 7승을 거뒀다. 2016년과 2017년 제네시스 대상을 받는 등 투어를 평정한 뒤에도 안주하지 않았다. 33세의 늦은 나이에도 유럽 무대로 향했다. 새로운 시도는 평생 함께할 골프에 결국 약이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투어 15년차인 최진호는 지난주 경기 여주 페럼CC에서 열린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또 다른 실험을 했다. 올해 US오픈 우승자인 브라이슨 디섐보(27·미국)가 쓰는 ‘암록(arm-lock)퍼터’를 들고나온 것. 암록퍼터는 왼쪽 팔뚝을 그립에 밀착시키는 퍼터를 뜻한다. 최진호는 “왼쪽 손목이 그립에 고정되기 때문에 불편한 면이 있지만 그만큼 손목을 쓰지 않아 직진성이 좋아졌다”며 “일관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퍼팅이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최진호는 올해 그린 위에서 고민이 많았다. 70.13%에 달하는 페어웨이 안착률은 투어 전체 1위에 올랐다. 그린 적중률(72.67%)도 17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문제는 퍼터였다. 대회 전까지 최진호의 평균 퍼팅수는 투어 전체 85위에 그쳤다. 최진호는 “퍼트감이 올라오지 않아 이번 시즌에 총체적인 난국에 시달렸다”며 “디섐보가 US오픈에서 우승하는 걸 보고 이번 대회에서 처음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 데뷔한 뒤 암록퍼터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암록퍼터를 빨리 구하려는 마음에 오랫동안 쓰던 퍼터 브랜드도 바꿨다”고 말했다.

그의 실험은 아직 미완성이다. 이번 대회에서 2라운드까지 공동 4위에 올랐던 최진호는 3·4라운드에서 샷 난조와 불안정한 롱퍼팅 탓에 최종합계 7오버파 공동 26위로 주저앉았다. 최종 성적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중요한 건 달라진 퍼팅 감각이다. 85위였던 시즌 퍼팅 능력 순위가 이번 대회에선 30위로 껑충 뛰었다. 최진호는 “10m 이상 거리의 퍼팅 거리감 맞추기와 곡선 태우기에는 좀 더 시간을 들여 연구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퍼팅감은 좋았던 만큼 앞으로도 암록퍼터를 계속 쓰면서 해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주=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