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제·징벌적 손배제 입법예고…"남소 조항도 마련해야"

입력 2020-09-28 16:36
수정 2020-09-28 17:48

정부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도입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28일 입법예고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지난 23일 발표한 그대로다.

산업계에선 “기업들이 부담감과 어려움을 적극 알렸는데 변한 내용이 없다”며 “입법예고 기간(40일)에 소송 남발 등 부작용을 막을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입법예고한 법률 제·개정안에 대해 오는 11월 9일까지 40여 일간 학계 산업계 등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후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 연내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공포 6개월 뒤부터 시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계와 법조계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집단소송법에 ‘남소 방지조항’이 삭제된 것을 가장 근 문제점으로 꼽는다. 기존의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제11조 3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3건 이상 집단소송에 관여한 사람은 새로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집단소송제를 전 분야로 확대하면서 남소 방지조항을 삭제한 것은 최소한의 ‘브레이크’ 장치마저 없앤 것과 마찬가지”라며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일명 ‘소송꾼’이 활개를 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법 시행 이전에 벌어진 사건에까지 소급 적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도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제·개정안에 따르면 구성원이 50명 이상만 모이면 분야에 상관없이 법 시행 이전에 벌어진 사건에도 집단소송을 제기해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케케묵은 사건’까지 재판정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이 같은 소급 적용은 ‘대한민국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헌법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확대 도입을 핵심으로 한 입법예고를 두고 “전면 재고해야 한다”며 강한 우려를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기업으로서는 관련 소송이 제기될 경우 시간·비용 측면에서 막대한 부담을 져야 할 뿐만 아니라 경영상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위기를 버텨내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지금도 제조물책임법 등 분야별 20여 개 법률에서 소비자 보호가 높은 수준으로 보장돼 있다”고 강조했다.

안효주/이인혁/김일규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