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현금이 필요없는 비대면 거래가 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기업과 가계 등이 보유한 현금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확실성이 커지자 고액권을 중심으로 현금을 확보해두려는 수요가 확산된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27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8개국의 화폐 수요를 나타내는 화폐 발행잔액이 평시의 2~3배로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화폐 발행잔액은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 중 환수된 돈을 빼고 민간 경제주체들이 거래나 예비 목적 등으로 보유한 현금을 뜻한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지난 3월 이후 미국, 중국,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의 화폐 발행잔액 증가율은 지난해 증가율의 2.4∼3.0배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EU, 캐나다, 일본은 화폐 발행 잔액 증가율이 1.9배로 확대됐다. 특히 올 3~8월 미국의 화폐 발행잔액 증가율은 평균 13%로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11%)보다 높았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현금 접근성이 제약될 우려가 커지면서 사전에 현금 재고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발생했다”며 “금융회사도 영업용으로 현금 확보에 나섰고, 경제주체들은 예비적 화폐 수요로 현금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