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에서 자행된 천인공노할 참극에 대한 국민 공분이 계속 들끓고 있다. 더 이상의 비극으로 커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진상 규명과 유해 수습, 관련자 엄벌과 재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금 상황에서 핵심 문제점은 크게 봐서 두 가지로 정리된다.
무엇보다 북한의 앞뒤 안 맞는 해명과 변명이다. ‘유감 표명’인지 ‘사과’인지 분명하지도 않은 “미안하다”는 통지문을 보면 북한은 잘못한 게 없다는 식이다. ‘40~50m에서 10여 발’을 집중 사격한 과정과 그 결과부터 명확하지 않다. 시신을 유기한 것인지, ‘부유물’은 어떻게 태운 것인지도 의문투성이다. 우리 군이 밝힌 것과 차이가 많다. 참극의 본질이 달라질 수 없는 의문점들이지만, 그래도 진상이 철저히 규명되지 않고선 어떤 재발 방지 논의도 공론(空論)이 될 것이다. 공동 조사에 북한이 의당 응해야겠지만, 정부도 북측 반응만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
다른 하나는 우리 내부의 어이없는 평가·반응과 일각의 도를 넘은 행태다. 초기부터 섣부른 ‘월북론’을 펴며 “설마 그럴 줄 몰랐다”고 변명한 군당국부터, ‘미안’이란 한마디에 반색하고 마치 북한을 감싸려는 듯한 청와대와 여당을 보며 걱정을 넘어 한탄하는 국민이 많다. “우리 영역 밖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국방부가) 어떻게 할 길이 없다”(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반응과 “(대응 원칙에 따라) 북한 함정을 격파했어야 했다”(김종대 정의당 의원)는 반응 중 국민은 어느 쪽에 공감하겠는가. 국경선만 벗어나면 정부는 국민을 지킬 의지도, 역량도, 용기도 없다는 말인가.
국민은 ‘골든타임 6시간’에 왜 고속정을 근처에라도 보내지 않았고, ‘친서’를 주고받았다면 핫라인을 왜 활용하지 않았느냐고 거듭 묻는 것이다. 그런데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가능성을 배제했고,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벌써 북한 주장을 받아들이는 기조로 국회에 보고했다. 통일부는 만행 규탄 하루 만에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이러니 서울시까지 세금으로 ‘평양여행학교 지원’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일부 여권 인사는 “전화위복” “계몽군주” “(사과는) 희소식”이라는 발언까지 공공연히 하고 있다. 면죄부를 주자는 차원을 넘어 아예 대놓고 역성드는 꼴이다. “야만에 대한 야만적 칭송”(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데도 정부는 ‘인내 모드’다. 국제사회는 이런 대한민국을 어떻게 볼까. 그보다 북한은 속으로 어떻게 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