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장신구를 팔던 A씨는 몇 개월 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그에겐 한 줄기 빛과 같았다. A씨는 “상품 이미지를 등록하고 있는데 벌써 주문이 들어온 일도 있었다”며 그때의 감격을 잊지 못했다.
하지만 곧바로 한계가 찾아왔다. 네이버 화면 상단에 올라가지 못하자 매출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네이버 상인’들의 단톡방에 사연을 올렸더니 답은 한결같았다. “마케팅 비용 안 쓰고 기본만 하다간 개점휴업하기 십상이에요.”
스마트스토어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출범 6년 만에 오픈마켓 시장을 평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입점 업체 수가 40만 개 안팎으로 늘자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네이버에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무늬만 업계 최저 수수료’란 지적도 나온다.
진입장벽은 낮지만…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최대 장점은 낮은 진입장벽이다. 기본 수수료가 3.74%(이하 거래금액 대비)다. 소비자가 네이버 검색창을 통해 들어와 구매가 발생하면 해당 거래에는 연동 수수료 2%가 추가된다. 수수료가 최대 5.74%에 불과한 셈이다. 평균 10% 안팎인 다른 오픈마켓 수수료보다 훨씬 싸다.
낮은 창업 비용 덕분에 스마트스토어는 매월 급성장 중이다. 2014년 출범 이후 6년 만에 입점업체 수가 35만 개(올 6월 말 기준)를 넘어섰다. 2위 이베이코리아(약 20만 개)와 3위 11번가(약 10만 개)를 합친 것보다 많다. 월평균 신규 개설 점포 수도 2017년 1만3000개에서 올해(3~4월 기준) 3만5000개로 급증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판매자와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네이버쇼핑의 순기능을 증명한다”며 “소비자들의 방대한 구매 패턴을 분석해 자료로 제공하는 등 다른 오픈마켓에 없는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지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 구명줄 vs 덫‘네이버 상점’ 진입장벽은 낮지만 막상 점포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구매자에게 N포인트 3%를 제공하면 네이버가 내주는 1%를 제외한 나머지 2%는 판매상 부담이다. 수많은 입점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입점업체의 쇼핑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쿠폰(2%)과 키워드 광고(2%) 등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이용하다 보면 비용은 순식간에 올라간다.
네이버는 이에 대해 “광고나 쿠폰은 손님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판매업자 자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네이버를 포함해 여러 오픈마켓에서 상점을 운영 중인 B업체 대표는 “옥션, 11번가는 중대형 판매상이 많은 편이어서 광고비 지출에 덜 민감하지만 네이버는 소상공인이 많아 추가로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에 난감해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달부터 라이브커머스를 이용하는 판매상으로부터도 추가 수수료 1%를 받고 있다. 기존엔 무료였다. 또 다른 업체 대표는 “홈페이지를 단장하기 위해 대행사에 맡기다 보면 비용이 더 늘어난다”고 했다.
입점업체들의 온라인 단톡방에 올라온 글은 이 같은 ‘초보 셀러’들의 고민을 잘 보여준다. “제품이 좋아도 상위 페이지에 올라가야 판매가 잘되는데 상위 페이지에 올라가려면 제품이 많이 팔려야 한다고 네이버는 설명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네이버 상인’들이 리뷰(제품 후기) 대행 등 마케팅 업체들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