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언론 개혁' 추진을 사실상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나섰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의 "카카오 들어오라 하라"는 문자메시지가 논란이 된 이후 아예 본격적인 '언론 손보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신임 위원장이 된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SNS에 "과방위 위원장으로서 위원회가 대한민국 과학기술 혁명을 이끌고 언론개혁을 완수하는데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가장 막강한 권력은 언론이다.
선출되지도 않고 책임지지도 않으며 교체할 수도 없다'고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언론이 갖고 있는 본질을 꿰뚫고 있는 이 말씀은 여전히 2020년 대한민국을 관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 언론개혁을 통해 언론 본연의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은 그래서 언론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언론은 권력이다. 아니 권력의 정점에 있다"며 "권력이 아닌 국민의 스피커, 질서정연한 정돈된 비판의 자리를 통해 공정과 정의, 평등, 민주의 가치를 실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보수와 진보 진영논리를 뛰어넘는 미래의 문제"라고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과방위 위원장로 선출됐다. 방송과 인터넷 언론 사안을 총괄하는 상임위원장 자리인만큼 이 의원의 이같은 발언의 무게는 남다르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 들어 민주당 안팎에서는 '언론 개혁' 발언이 줄을 잇고 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여러 언론 보도를 보면서 여러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국민의 (언론에 대한) 우려는 그동안 쌓아 온 여러 경험에 의해 오는 우려이기 때문에 차제에 이런 개혁과제를 하나씩 하나씩 21대 국회에서 잘 처리해야 한다”며 언론개혁 추진을 시사했다.
이후에도 산발적으로 민주당 의원이나 여권 원외 인사들을 중심으로 언론 개혁 이야기가 불거져 나왔다. 김두관 의원은 자신의 자녀 유학 사실을 보도하며 인천국제공항 사태 관련 정규직 비판을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한 언론 보도에 발끈하며 지난 7월 언론개혁에 적극 나서겠다고 SNS에 밝혔다. 박주민 의원은 최고위원 선거 과정에서 “권력기관과 언론 개혁을 힘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자신을 향해 비판적 보도를 한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와중에 SNS에 “언론의 자유 한계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신 등 친여 인사들로 구성된 열린민주당은 4·15 총선 과정에서 언론개혁 공약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오보 방지법 제정 △종합편성채널(종편) 막말 편파방송 규제 △언론소비자보호원(가칭) 신설 등을 내세웠다. 민주당도 비슷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무부는 오는 28일 언론사를 포함한 회사 전반에 ‘가짜뉴스’ 등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정치권과 학계는 여당의 언론 개혁 추진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달 30일 공개된 안철수·진중권 철권토크 마지막편에서 민주당 586세력을 겨냥해 "대한민국의 시스템 자체는 자유민주적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이 들어와서 무력화 시키고 있다"며 "남는 게 이제 언론인데 언론개혁을 한다고 한다. 민주화 투쟁 이후 얻어낸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을 그들이 하나씩 하나씩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