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K팝 열풍 타고 'IPO 흥행기록' 쓰나

입력 2020-09-25 16:58
수정 2020-09-29 15:59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빅샷’으로 꼽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최근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은 탓에 공모주 열풍이 한풀 꺾였지만 방탄소년단(BTS)의 상품성에 주목한 기관투자가들이 청약에 대거 참여했다. 추석 연휴 직후 시작될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도 투자 열기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연기금·공제회도 적극적으로 참여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간증권 등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주관사는 이틀 일정의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25일 마무리했다. 주관사 측이 제시한 희망 공모가 범위는 주당 10만5000~13만5000원으로 이를 토대로 산출한 예상 시가총액은 3조7000억원~4조8000억원이다. 900여곳의 기관이 참여했고 이 중 대부분이 공모가의 상단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미인 의무보유확약 비율도 40%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빅히트의 수요예측에는 이례적으로 연기금, 공제회까지 높은 관심을 보였다. 연기금들은 6개월 의무보유확약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게임즈가 대박을 낸 이후 공모주 투자에 소극적이던 기관까지 참여하면서 분위기가 살아났다는 분석도 있다. 한 기관 관계자는 “공모가가 높아 상장 이후 주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지만 일단 참여하고 보자는 기관이 많았다”며 “공모가는 희망 범위 상단에서 무난히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달 카카오게임즈만큼 열기가 뜨겁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카카오게임즈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1479 대 1로 역대 최고였다. 올 상반기 수요예측을 진행한 SK바이오팜도 836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 과정에서 책정된 빅히트의 기업가치가 실제보다 높다는 일각의 우려가 제시되면서 카카오게임즈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IB업계는 이날 900여 곳의 기관이 참여한 만큼 경쟁률이 1000 대 1에 육박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 경쟁률과 공모가는 오는 28일 확정된다. 유통 가능 물량 비중 약 30%로 낮아빅히트는 713만 주를 공모한다. 기관에 427만8000주를, 일반투자자에게 142만6000주를 배정했다. 상장 이후 유통 가능한 물량은 전체 상장주식 수의 약 30%다. 증권가는 유통주식 수가 적어 상장 직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빅히트의 목표주가는 최저 16만원에서 최고 38만원으로 천차만별이다. 공모가가 13만5000원으로 확정될 경우 최소 20%가량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처럼 상장 이후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결정된 뒤 상한가를 기록할 경우 빅히트 주가는 상장 첫날 35만1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

빅히트는 이날 수요예측 결과를 취합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다음달 5~6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는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키움증권에서 청약할 수 있다. 배정 물량은 NH투자증권(64만8182주)이 가장 많고 한국투자증권(55만5584주), 미래에셋대우(18만5195주), 키움증권(3만7039주) 순이다. 일반투자자는 청약금의 50%를 증거금으로 내야 한다.

물량이 많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서 청약하는 게 유리하다. 증권사별 최고 청약 한도는 NH투자증권이 최대 6만4000주로 가장 많다. 최고 한도를 받으려면 장기연금형 상품을 보유하고 있거나 3개월 평균 잔액 기준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증권사별 우대 고객 조건을 따져보고 한도가 많은 곳에서 청약하면 더 많은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