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에게 데이트 통장을 만들자고 제안했다가 결별한 남자친구의 사연이 알려지며 온라인에서 남녀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32세 직장인 A 씨는 최근 7세 연하 여성과 교제를 시작했다. 기쁨도 잠시. 이번달 카드값이 이전보다 많이 나온 것을 확인했고, 여자친구에게 "데이트 통장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오빠, 저한테 쓰는 돈이 아까워요?"
여자친구의 반응에 당황한 A 씨는 온라인에 여자친구와 주고받은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을 캡처해 공개하면서 "데이트를 많이 한 게 아니라 크게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었는데, 다만 더 만날 날이 많기 때문에 정리하려 보낸 건데 반응이 살벌해서 물어본다"는 글을 게재했다.
A 씨의 여자친구는 모바일 메신저로 "이렇게 말하는게 나에게 쓰는 돈이 아까워서라고 밖에 생각이 안든다"며 "데이트 통장까지 써가면서 연애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나한테 돈 쓰는게 아깝게 생각하는 남자 만날 생각도 없다. 데이트 비용이 아니라 그냥 우리 사이를 정리하는 게 좋을 거 같다"면서 결별을 전했다.
A 씨는 "이전 여자친구들처럼 알아서 척척 냈으면 이런 말도 안나왔겠지만, 데이트 할 때 제가 다 예약하고 밥 한 번 시원하게 살만하다 생각했는데 '고맙다'는 말도 못들어봐서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실질적으론 몇십 쓰지도 않았지만, 반응에도 보다시피 진전의 의지가 없다"고 허탈한 모습을 보였다.
A 씨의 글의 남녀가 다른 온도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여자친구가 어려서 뭘 모르는 거 같다", "왜 얻어먹기만 하냐", "좋게 말할 수 있는데 너무 싹수 없이 말한다" 등 A 씨의 심경에 동조했다.
하지만 여성들이 많이 몰린 커뮤니티에서는 "2주 만나고 데이트 비용 '웅앵웅' 하면 '나 지질하다'고 '헤어지자'고 하는 의미인지 모르는 거냐", "7살이나 어리면 경제 능력도 훨씬 좋을 텐데, 그렇게 가성비 따질 거면 연애하지 말아라", "여자가 깨끗하게 헤어지자고 해도 무슨 목적으로 이런 글을 올려서 욕먹게 하려는지 모르겠다"면서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올해 5월 미혼남녀 총 431명(남 212명, 여 2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미혼남녀 53.8%는 연인과 데이트 통장을 만들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참여자 절반 이상이 데이트 통장을 경험해봤을 만큼 흔한 문화가 됐다.
카카오뱅크, 토스, KB국민은행에서도 '데이트 용도'로 쓰기 적합한 상품을 내놓을 정도.
하지만 결별 후 데이트 통장 운영 문제를 비롯해 데이트 통장과 관련된 갈등 역시 연인 사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데이트 통장을 만든 이유가 남성들은 "나만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는 것 같아서"라고 느끼는 부분이 크고, 여자들은 "데이트 비용을 아끼려고만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 차이가 있는 만큼 통장 개설 후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
특히 데이트 통장을 남성 명의로 만들고, 체크카드로 남성이 결제할 경우 "돈은 똑같이 내는데, 본인이 내는 것처럼 기분을 낸다"는 반감이 나오기도 한다.
때문에 데이트 통장 개설이 아닌 데이트 비용 부담에 대해 각자 부담스럽지 않은 절충안을 찾는게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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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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