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리 국민 사살 뒤 불태웠다

입력 2020-09-24 17:42
수정 2020-09-25 00:29

북한군이 지난 21일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8급 공무원 A씨(47)를 북한 해상에서 사살한 뒤 그 자리에서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운 것으로 파악됐다. 군사 접경지역에서 대한민국 국적 민간인이 북한군의 공격으로 잔인하게 살해되면서 남북 관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국방부는 24일 “우리 군은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A씨)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수부 산하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인 A씨는 소연평도 남방 2㎞ 해상에서 업무 도중 실종됐다. A씨가 북한군 공격으로 사망한 시간은 실종신고 이튿날인 22일 오후 3시30분께로 확인됐다. A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하다 이런 참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군당국은 추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월북 시도 정황과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 차원에서 접경지역에 무단 접근하는 이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군의 이런 행위는 국제규범과 인도주의에 반한 행동으로 우리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한편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으로 문재인 정부가 공들이고 있는 남북 관계 개선도 당분간 동력을 잃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NSC 상임위 회의 결과와 정부 대책을 보고받고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호/임락근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