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제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집단소송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과도한 소송이 제기되고, 불법 행위가 잦은 기업보다 배상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돈 많은’ 기업이 소송 타깃이 되기 쉬우며, 피해자보다 변호사가 이익을 볼 때가 많다는 점 등이 부작용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백악관은 2004년 집단소송제 때문에 매년 2500억달러(약 290조원)가 낭비되고 있다는 자료를 내기도 했다. 소송 남발이 투자 유치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행정부에서 나오기도 했다. 미 상무부는 2011년 보고서에서 “집단소송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지나친 소송 문화는 외국의 직접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 투자하려는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투자 결정 시 미국의 집단소송 제도를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남소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법원이 과도한 소송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미국 월마트 피츠버그 매장에서 일하던 여성 직원 6명이 2011년 남성들보다 임금과 승진 기회가 적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을 때, 연방대법원이 집단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월마트의 손을 들어준 게 대표적이다. 대법원이 소송을 기각하지 않았다면 사상 최대 규모의 성차별 관련 집단소송으로 번질 수 있었다.
기업들은 집단소송에 따른 막대한 피해 배상 부담과 기업 이미지 훼손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소비자들과 합의하기도 한다. 미국 자동차업체 GM은 2014년 소비자들이 ‘잦은 리콜로 중고차 값이 떨어진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하자 올 3월 1억2100만달러에 합의했다.
최근엔 코로나19와 관련된 집단소송이 늘고 있다. 미 증시에 상장된 크루즈선 운영업체 노르웨이지안크루즈라인은 3월 고객들에게 코로나19 확산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단소송을 당했다. 바이오 기업 이노비오도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거짓 성명을 냈다는 이유로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