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5개 '노장 투혼'…황인춘, 3년 만에 우승 도전

입력 2020-09-24 17:43
수정 2020-09-25 02:59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개막전에서 한 살 형인 스튜어트 싱크(47)가 11년 만에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백전 노장’ 황인춘(46·사진)이 3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24일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원)’에서다. 그는 이날 경기 여주 페럼CC(파72·7235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를 버디 5개,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로 끝냈다. ‘아들뻘’ 후배들과 만만찮은 경쟁을 펼치느라 막판 흔들리긴 했지만 오버파가 줄줄이 나온 이날 공동 14위로 좋은 출발을 했다. 선두는 4언더파를 친 최민철(32), 정재현(35), 김성현(22) 등 친한 후배들이다. 3타 차를 따라붙어야 하는 황인춘은 “보기 없이 버디를 5개 잡다가 6번홀(파4)에서 갑자기 퍼트감을 잃어 세 번의 퍼팅 끝에 더블보기를 범한 것이 뼈아프다”며 “퍼트감을 다잡아 남은 경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2017년 이 대회 우승자인 황인춘은 요즘 맏형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꾸준한 관리로 나이를 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오픈 준우승을 차지한 뒤 ‘디오픈’에 출전하기도 했다. 올 시즌 개막전인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에선 공동 8위에 오르며 톱10에 들기도 했다.

황인춘은 “유연한 몸과 스윙 교정 덕분에 40대 중반이지만 260~270m를 친다”며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는 프로들이 나를 보면서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2년 28세라는 늦은 나이에 KPGA투어에 데뷔한 황인춘은 역경을 이겨낸 철인으로 불린다. 2008년 동계훈련 때 배드민턴을 하다가 왼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될 때만 해도 그가 18년간 투어에서 활약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왼쪽 다리 근력이 100%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부상 이후 무리한 (근력) 운동을 하지 않고, 몸 관리에 집중한 것이 롱런의 비결이 됐다”고 말했다. 부상 이후 하체 근력운동이 원활하지 않은 황인춘은 스트레칭을 통해 유연성을 키웠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30분, 경기가 끝난 뒤 1시간씩 스트레칭을 한다”고 했다.

최진호(36)가 버디 4개,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를 치며 선두에 1타 뒤진 4위로 대회를 시작했고, 문경준(38)과 함정우(26) 등이 2언더파를 기록하며 선두권에 올랐다.

여주=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