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임원들을 해임하라고 한 금융당국의 권고 조치는 부당하다’며 낸 행정소송 1심에서 법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장낙원)는 2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임원 해임 권고 등 처분 취소 소송 1심 선고기일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1차 제재)은 지난해 7월 이후 이뤄진 제2차 처분에 흡수 변경돼 2차 처분과 구별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한다”고 주문했다.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1·2차 처분을 따로 나눠서 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증선위는 2018년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2014년 미국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콜옵션 보유 여부를 고의로 공시 누락했다며 임원 해임 권고 조치, 감사인 지정 3년 등의 행정처분(1차 제재)을 내렸다. 같은해 11월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에 고의적 분식이 있었다며 과징금 80억원, 재무제표 재작성 등의 시정 요구(2차 제재)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냈고 2차 처분에 대한 재판은 다음달 14일 속행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바이오젠과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는데 이 과정에서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했다. 이에 대해 증선위 측은 “지배력을 결정하는 과정이나 결과는 공시하도록 돼 있지만 삼성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콜옵션 관련 금융 부채에 대해 공정가치를 평가해 공시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고, 그 사유도 공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바이오젠이 그동안 나스닥시장을 통해 콜옵션을 공시해 이미 공개된 사안”이라며 “고의로 숨겼다는 증선위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앞서 대법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1·2차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확정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증선위가 법원이 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재항고 사건에서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당시 대법원은 “만약 증선위가 잘못 판단한 것이라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뒤늦게 승소해도 손해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