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4일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공무원이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된 사건과 관련, “반인륜적 범죄로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화를 강조해온 대북정책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인정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남북한 관계 교착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군이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고 저항 의사도 없는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북한군의 이런 행위는 국제규범과 인도주의에 반한 행동으로 우리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오후 11시께 최초 보고를 받은 지 40시간 만이다.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서주석 NSC 사무처장은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한편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접경지역 등의 경계태세 강화를 비롯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 행위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남북 간 대화와 평화를 강조해온 정부 입장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간인 피격이라는 만행이 벌어진 상황에서 협력만을 고집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 측에서 이번 사고에 상응하는 답변을 해줘야 할 것”이라며 “책임자 처벌과 사과까지 요구했기 때문에 (남북 대화 흐름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 철도 연결 등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해온 통일부도 공무원 피살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지난 6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남북 대화가 끊어진 상황에서 이번 사건으로 시작도 못 한 협력 사업이 무기한 연기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중점 과제로 제시한 금강산 관광 사업을 이른 시일 안에 재개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많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남북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고, 금강산 관광도 중단됐다.
강영연/하헌형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