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 투자하는 개인을 잡기 위한 은행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공모주 청약을 노리는 ‘동학개미’를 겨냥해 대출 이자를 전액 돌려주거나,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를 겨냥해 환전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서비스도 나왔다.
“주주사 역량 최대한 활용”케이뱅크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주 청약을 위해 신용대출을 받는 소비자 가운데 1만 명을 추첨해 이자를 캐시백해주는 이벤트를 벌인다고 24일 발표했다. 빅히트는 국내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BTS) 소속사다.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힌다.
그동안 소액 투자자는 공모주 청약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청약 증거금만 수천만원을 훌쩍 넘어서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 방식을 활용해 빅히트 공모주 청약에만 쓸 수 있는 대출을 선보였다. 청약 당일까지 대출 금액이 묶여 다른 곳에는 사용할 수 없다. 청약 증거금 환급일인 다음달 8일 대출금이 자동 상환된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나타난 ‘영끌’과 ‘빚투’를 막겠다는 취지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소액 투자자도 손쉽게 공모주 청약을 할 수 있도록 기획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무이자로 대출받기 위해서는 케이뱅크와 연계된 NH투자증권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최대 4500만원 한도에서 증권연계계좌 잔액의 9배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잔액이 500만원이라면 최대 5000만원의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3대 주주인 NH투자증권과의 제휴 관계를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다음달까지 케이뱅크 앱에서 증권 계좌를 개설하면 최대 44달러(약 5만1000원)의 투자 지원금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이문환 행장은 지난 7월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후 “주주사 역량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해외주식 투자 서비스 ‘봇물’카카오뱅크도 주주사인 한국투자증권과의 협업을 늘리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별도 환전 없이 1000원 단위로 해외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미니스탁’ 서비스를 내놨다.
일반 시중은행도 해외주식 투자자를 겨냥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1달러부터 가입할 수 있고 최대 5회까지 분할 인출이 가능한 ‘1달러 외화적금’을 출시했다. 소액으로 부담 없이 직접 해외주식 투자를 하려는 소비자를 겨냥했다. 신한은행은 신한금융투자의 해외주식 투자 계좌를 동시에 개설할 수 있는 상품인 ‘글로벌주식 모어외화예금’ 가입 이벤트를 열고 있다. 새로 가입하면 최대 14달러(약 1만6000원)를 준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와 ‘제로금리’로 개인들의 투자 패턴이 예·적금에서 주식으로 대거 이동한 만큼 이들의 수요를 선점하려는 은행 간 경쟁은 앞으로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