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A씨가 북한군에 피격된 다음 현장에서 시신이 불태워진 것으로 밝혀졌다.
24일 군 당국은 A씨가 월북을 시도하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 친형은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며 반발했다.
A씨 친형은 언론 인터뷰에서 "동생이 월북했다는 군 당국 얘기는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친형은 "명색이 공무원이고 처자식도 있는 동생이 월북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A씨는 자녀 2명을 두고 있는 평범한 40대 가장으로 평소 특이사항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 SNS엔 어린 딸과 찍은 사진이 가득했다. 그는 1남1녀를 뒀는데 아들은 고등학생, 딸은 7살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딸과 함께 찍은 셀카에 한 지인이 "공주님 보면 피로가 확 풀리겠다"고 댓글을 남기자 A씨는 "네 이 맛에 사네요"라고 답했다.
A씨는 지난 2012년 기능직 9급 선박항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8급 서기다. 전남의 한 수산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공무원 임용 전 원양어선 선장으로도 근무했다.
반면 군 당국은 "A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고, 당시 신발을 벗고 북측에 접근했다"며 월북으로 추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A씨의 직장 동료들도 A씨가 빚 때문에 파산 신청을 고려했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다고 증언했다.
서해어업단 직원에 따르면 A씨는 4개월 전에 이혼했으며 동료 직원 다수로부터 돈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법원으로부터 급여 가압류 통보까지 전달받아 A씨가 심적 부담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리 군은 A씨가 북측에 억류되고 총살되는 장면을 관측장비로 실시간 확인했지만 별다른 대응은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바로 (A씨를) 사살하고 불태울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우리도 북측이 우리 국민을 몇 시간 뒤 사살할 것이라 판단했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적 지역에 대해 즉각 대응하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은 상부 지시로 A씨를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 감청에 북한군 상부 지시가 하달되는 내용이 포착됐다고 한다.
국방위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천인공노할 만행"이라며 "(북한이)실종된 우리 국민을 의도적으로 사살하고 불태웠다"고 분노했다.
하태경 의원은 "국방부 합참에서 제가 보고받은 내용을 종합하면 북한이 실종 공무원에게 저지른 행위는 테러집단 IS 못지 않다"며 "바다에 떠 있는 사람을 총살하고 그 자리에서 기름을 부어 시신을 불태웠다. 시신을 태운 것을 화장했다고 보도하는 언론이 있던데 이건 화장이 아니라 시신을 훼손한 것이다. 그리고 바로 바다에 수장을 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월북의사를 밝혔으면 일단 진술을 듣고 의거입북시키든지 법적절차에 따라 강제추방하든지 대남송환하는 게 최소한의 상식이고 인도적 조치"라며 "신병을 확보하고도 월북 의사를 듣고도 상부지시로 사살했다는 것은 상식과 인륜을 벗어난 즉결처분이다. 기름을 부어 시신을 불태우고 유기했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 야만적 행위"라고 북한을 맹비난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