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1 복합형 소총 관련 대법원과 감사원 감사결과 뒤엎은 방사청

입력 2020-09-24 16:01
수정 2020-09-24 16:14
감사원 결과보고서, “처음부터 국과연 연구개발 및 방사청 사업관리 잘못됐다” 지적
방사청의 무리한 계약해제로 695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이 3200억원 규모 분쟁으로 번져

방위사업청의 K11 복합형 소총 계약 해제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결국 법적 소송으로 이어졌다.이같은 상황에서 방위사업청이 K11 복합형 소총 계약을 해제하고, 모든 책임을 방산업체들로 돌렸다는 불만들이 업체들로부터 제기됐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지난 7월 31일 K11 양산 체계업체인 S&T모티브에 구매계약 해제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후 9월부터 업체로 기 지급된 착수금과 중도금에 대해 계약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을 이유로 올해 납품된 다른 소총의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상계처리 하고 있어 S&T모티브를 비롯한 50여개 방산업체들의 사업운영에 차질을 주고 있다. 방사청은 K11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업체들이 제기한 물품대금 관련 소송의 대법원 판결과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등을 무시하고 있다고 방산업체는 밝혔다.

K11은 전력화 중단 후 201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국회 국방위는 K11 전력화 전 과정에 대해 감사원 감사청구를 했다. 감사원은 2019년 9월 감사결과보고서를 통해 K11 연구개발 및 사업관리에 대한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감사원은 결과보고서를 통해 “국방과학연구소는 K11의 운용성능을 만족시킬 수 없는 국방규격서를 만들어 방위사업청으로 제출했고, 방위사업청은 국방규격서가 작전운용성능에 부합되게 작성됐는지 여부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군수조달분과위원회에 상정해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그 결과 방사청은 위 국방규격서를 기초로 K11에 대한 구매계약을 체결해 작전운용성능 중 유효사거리 및 분산도가 충족되지 않은 K11 소총을 업체로부터 납품받게 됐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K11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업체들이 제기한 물품대금 관련 소송에서 “업체의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연구개발 당시 발견하지 못했던 설계상 결함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지연된 것이므로 지체상금 부과는 부당하다”며 업체 전부승소를 지난해 11월 판결했다. K11은 수차례에 걸쳐 총기의 설계상 결함에 의해 납품이 지연됐고, 이것을 보완하기 위한 잦은 기술변경으로 인해 절차도 지연돼왔다. 업체 관계자는 “K11 납품 관련 전 과정을 검토한 대법원은 업체들이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비용과 책임을 모두 덮어씌우려는 방사청의 ‘갑질’에 제재를 가한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사청은 공신력 있는 대법원 판결과 감사원의 결과보고 등을 뒤엎고, 또다시 모든 책임을 방산업체들로 돌렸다고 업체들은 불만을 제기했다. 방사청은 무리하게 계약해제를 강행해 이미 지급된 착·?중도금의 반환, 계약불이행에 따른 보증보험 청구를 포함하고 납품이 완료된 K11 914정에 대한 물품대금 반환까지 S&T모티브에 약 16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S&T모티브는 사격통제장치 납품업체인 이오시스템에게 불가피하게 16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총 32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분쟁이 발생하게 됐다. 방사청의 무리한 계약해제로 인해 최초 계약금 695억원이 3200억원 분쟁으로 커져버렸다고 설명했다.

S&T모티브는 생존을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 4일과 24일 K4 고속유탄기관총 및 K5 권총 등을 상계처리당해 납품대금을 받지 못해 방위사업 운영이 위기에 처했다. S&T모티브는 K11 양산계약 관련 채권보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잠정 보류하도록 방사청 옴부즈만 제도 등을 통해 시정요구한 상태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