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신용공여 한도 임박하자 '우회 영업' 나선 한투증권

입력 2020-09-24 11:02
수정 2020-09-24 16:07
≪이 기사는 09월24일(10:5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이 신용공여 한도비율이 임박하자 우회 영업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대규모 대출금을 재판매(셀다운)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증권사에 이를 매수하게 한 뒤 대출채권을 되사오는 방법을 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망은 피했지만, 위험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추진 중인 두산공작기계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약 3000억원의 주식 담보대출을 셀다운하지 못하자 이를 타 증권사에 넘긴 뒤 대출채권 형태로 다시 사오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초 우리은행과 공동으로 1조4000억원 규모의 두산공작기계 리파이낸싱을 주관키로 했다. 각각 7000억원씩 나눠 맡기로 맡기로 했지만 한국투자증권이 3000억원 가량을 팔지 못하면서 3개월 가량 거래가 늦춰졌다.

최근까지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 한국투자증권이 직접 3000억원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문제는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매수자금을 빌리는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이 일어나면서 한국투자증권의 신용공여 한도비율이 한계치에 임박했다는 점이다. 한투는 지난 11일 신용 융자를 일시적으로 금지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같은 상황에서 거래를 종결하기 위해 신용공여 한도 여유가 있는 증권사에 3000억원의 물량을 일단 넘긴 뒤 대출 채권 형태로 받아오는 거래 구조를 짰다. 상대 증권사는 물량을 받아주는 조건으로 수수료를 챙기고, 한투는 신용공여 한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대출 채권을 인수하게 되면서 두산공작기계 리파이낸싱을 완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증권사에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 이상 신용공여를 하지 못하게 한도를 설정한 것은 리스크 관리 차원이다. 무리한 대출로 인해 부실이 발생할 경우 증권사를 이용하는 고객이 피해를 입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사실상 대출과 다름없는 대출채권을 이용한 거래가 계속 될 경우 증권사들의 부실이 커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