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질병은 성인보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가 더 위험하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는 정반대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는 어린이의 코로나19 증상이 경미한 이유를 밝혀낸 연구가 게재됐다.
미국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 연구팀은 미국 뉴욕 몬테피오레 병원에 코로나19로 입원한 성인 환자 65명과 소아 환자 65명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성인은 기계 호흡이 필요할 정도로 악화된 비율이 37%였던 반면, 아이는 기계 호흡이 필요할 정도로 악화된 비율이 8%에 그쳤다. 사망률 또한 성인은 28%, 소아는 3%로 큰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소아 환자에게서는 '선천성 면역'과 관련된 사이토카인 수치(IL-17A)가 성인보다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사이토카인 수치가 높을수록 코로나19의 주요 증상 중 하나인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이 생길 위험이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
반면 코로나19로 사망했거나 기계 호흡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증상을 보인 환자들은 '중화항체' 수치가 높았다. 중화항체는 후천적 면역 작용으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특정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그에 대응해 만들어지는 항체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코로나19 중환자들은 오히려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 인해 염증 반응이 심하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중화항체 수치가 낮은 어린이들은 비교적 코로나19에 안전하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앞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만드는 데도 참고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를 주도한 벳시 해롤드 박사는 "현재 개발 중인 대부분의 백신 후보는 중화항체 수준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그러나 중화항체가 풍부한 혈장은 이미 증상이 나타난 성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백신에 선천성 면역을 높이는 등 다른 방법으로 면역을 촉진하는 백신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