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국가 벨라루스에서 대선 부정 논란으로 정국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식 개표 결과 압도적으로 승리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취임했다.
벨라루스 국영 벨타 통신과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의 6기 취임식이 이날 정오부터 수도 민스크 시내 대통령 관저인 독립궁전에서 진행됐다.
루카셴코는 오른손을 헌법 법전에 얹고 벨라루스어로 취임 선서를 했다. 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리디야 예르모쉬나가 그에게 대통령 신분증을 전달했다.
취임식엔 상·하원 의원, 고위공직자, 사회 각계 대표 등 수백명이 참석했으며, 취임식장 주변에는 군인들이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취임식에 대해 다수 매체들은 사전 공고없이 '비밀리에' 열렸다고 보도했다. 대통령 대변인은 이날 아침까지도 취임식 일정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지에선 취임식이 오는 29일께 열릴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취임식 일정이 미리 공개되면, 대선 불복 시위를 벌이는 야권의 개입으로 행사가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급하게 진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루카셴코는 취임 연설에서 야권의 대선 불복 시위에 대해 벨라루스에선 '색깔혁명'(정권 교체 혁명)이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최근 사건들은 벨라루스인 대다수가 평화와 안정을 원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떤 외부의 참여 없이 스스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대선에서 루카셴코와 경쟁했던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성명을 통해 "내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유일한 지도자이며 이 취임식은 광대극이다"고 주장했다.
수도 민스크 시내에선 루카셴코 취임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은 물대포 등을 동원해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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