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금, 법인지방소득세

입력 2020-09-23 17:19
수정 2020-09-24 00:19
“수많은 문제 중 겨우 한 가지가 고쳐졌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불합리한 게 여전히 많은데요.”

국내 한 기업의 재무담당 임원 A씨가 지방세인 법인지방소득세를 두고 한 말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달 초까지 기업들이 해외 사업을 하며 낸 외국납부세액을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동안 기업들이 이중과세라며 제기한 소송과 조세불복에 대해 대법원과 조세심판원이 잇달아 기업 손을 들어주자 행안부가 뒤늦게 법 개정에 나선 것이다. 행안부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이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지방자치단체가 잘못 걷은 세금 4300억원을 삼성전자 등 84개 기업에 돌려주도록 한다는 계획이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기업들은 가장 불합리한 세금 중 하나로 주저 없이 법인지방소득세를 꼽는다. 과거 ‘주민세’로 불렸던 세금이다. 개인의 소득세와 마찬가지로 예전엔 기업도 법인세에 10%만 곱해 손쉽게 세금을 산출·납부할 수 있었다.

그러다 2013년 말 의원입법 방식으로 지방세법이 개정되면서 2014년부터 주민세는 지금의 지방소득세가 됐다. 지자체가 소득·법인세 과표에 지방세법이 정한 세율을 적용해 과세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이른바 ‘주민세의 독립세화’ 조치다.

2013년 하반기 정부와 여당이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율을 50% 인하한 게 계기가 됐다. 지자체들이 “3조원의 지방세수 ‘펑크’가 예상된다”며 강력 반발하자, 당정은 지자체가 기업에서 약 1조원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해 주민세를 독립세화해 줬다.

개인들은 각종 특례 조치로 별 변화가 없었지만 이후 기업들의 ‘납세 비용’은 대폭 늘어났다. 우선 동일 소득을 놓고 세금 계산·신고를 두 번 하도록 바뀌었다. 법인세 신고서 외에 법인지방소득세 신고서도 별도로 내야 했다.

세무조사 주체도 크게 확대됐다. 국세청 외에 전국 226곳의 지자체에도 세무조사 권한이 부여돼서다. 이미 국세청 조사를 받은 법인소득도 지자체가 원하면 언제든 또 세무조사를 할 수 있게 됐다.

법인세 산출 때 적용되는 각종 세액공제·감면 조항도 법인지방소득세 산출 때는 전부 배제됐다. 개인은 소득세와 개인지방소득세 계산 시 동일한 공제·감면제도를 적용받지만, 기업만 ‘차별 대우’한 것이다. 2014년부터 외국납부세액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지방세법이 개정되면 외국납부세액은 과표에서 빠진다. 하지만 재해손실, 연구개발, 투자, 일자리 등 법인세 산출 시 허용되는 다른 모든 공제·감면은 여전히 지방소득세 계산 때 제외되는 문제가 남는다.

전문가들은 제도를 개선해 기업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전직 세정당국 고위 관계자는 “행안부와 지자체들은 지방소득세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유례가 없는 ‘세정 갑질’을 기업들에 하고 있다”고 했다. 현행 부가가치세와 지방소비세처럼, 기업은 한 번만 세금 신고·납부를 하고 정부·지자체가 이를 적정 비율로 나눠 쓰는 ‘공동세’ 방식으로 바꾸면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세무조사 주체도 국세청으로 일원화해야 한다.

법인지방소득세는 이제 그 도입 근거마저 거의 상실했다. 정부가 최근 부동산 대책 일환으로 취득세율을 최대 200% 인상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서둘러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