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사이버대에 일반대학원 설립을 허용해주는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사이버대’ ‘디지털대’라는 명칭을 반드시 써야 한다는 규정도 폐지하기로 했다.
23일 교육부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주재한 ‘제16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원격수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우선 교육부는 사이버대·한국방송통신대와 같은 원격대학에도 일반·전문대학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일반대에 대학원 설치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원격대학에는 특수대학원만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런 규제를 풀어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 빅데이터 등과 관련한 전문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AI·SW 분야 인재는 온라인학습이 유리한 만큼 관련한 사이버대 일반·전문대학원을 우선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올 하반기 기업체 재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원격대학의 일반대학원 설립 범주를 정하기로 했다. 2년제 사이버대의 경우 대학원 대신 전문대와 같은 전공심화과정을 둘 수 있다.
원격대학의 명칭을 강제하는 규정도 바꾼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원격대학에 ‘디지털’ ‘사이버대’와 같은 전문성을 부각하는 명칭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전문대에는 이미 2011년 이같은 규정이 사라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원격대학 대학원의 수업 질 관리를 위한 지침은 별도로 마련한다. 교육부는 수업운영 및 평가·환류(피드백) 등과 관련된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원격대학이 의무적으로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이버대 운영과 관련한 규제는 일부 완화한다. 그동안 사이버대가 시간제등록제를 운영할 경우 입학정원의 50% 내에서 정규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듣는 통합반만 운영할 수 있있다. 앞으로 정원 내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방식을 설정할 수 있다. 시간제등록제란 대학에 입학하지 않고도 시간제로 등록해 학점은행식으로 학위를 인정받는 제도다.
교육부가 일반대·사이버대의 비대면 운영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면서 일반대와 사이버대 간의 경계가 크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7월 일반대학에 ‘온라인 대학원’ 개설을 허용하고, 원격수업 비중을 20%까지 제한한 규제를 폐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이버대에서 일반대학원 설치가 허용되면서 그동안 보기 드물었던 ‘사이버대 출신 박사’도 보다 많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원격대학협의회 관계자는 “사이버대에 일반대학원 설치가 허가되면서 원격수업 운영에서 사이버대와 일반대 사이의 균형이 맞춰졌다”며 “사이버대 졸업생 중 다수가 수준 높은 후속교육을 원하고 있어 대학원이 빠르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