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아마존을 선언하며 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 직거래) 전략을 펼친 나이키의 선택이 성과를 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의류업체가 타격을 입은 가운데 나이키는 디지털 채널 덕에 매출이 작년 수준으로 돌아왔다. 직접판매 비중이 높을수록 영업이익률이 높고 소비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 여름 상장한 국내 의류업체의 주가 흐름도 D2C가 가를 전망이다.
2016~2017년 나이키는 매출 정체기를 겪었다. 그 기간 주가는 23% 하락했다. 2017년 나이키는 위기극복 전략으로 D2C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사몰이나 전용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물건을 판매하는 등 중간 유통업자를 없애겠다는 전략이었다. 작년 11월에는 ‘아마존 탈퇴’를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나이키는 직영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과 직접 소통했다. 직원에게 스타일링을 추천받거나 직접 운동화를 신고 달려보는 등 고객 경험을 극대화했다. 나이키 플러스 멤버십을 만들어 회원만 구매 가능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충성도도 높였다. 2017년 50달러대였던 주가는 올초 100달러대에 진입했다.
22일(현지시간) 발표한 2021회계연도 1분기(2020년 6~8월) 실적에서 D2C 효과가 드러났다. 1분기 나이키 매출은 작년보다 1% 감소한 106억달러를 기록했다. 4분기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이 폐쇄되고 미국 스포츠행사가 취소된 영향으로 전년대비 매출이 38% 감소했지만 빠른 회복을 보였다. 매출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91억4000만달러)보다도 높았다. 특히 디지털 채널 매출이 전년대비 82% 증가하며 이전분기에 기록한 증가율(75%)을 뛰어넘었다. 회사측 발표에 따르면 나이키 앱 사용자는 작년보다 150% 증가했다. 호실적에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8% 급등했다.
미국 요가복 제조업체 룰루레몬도 D2C 채널 비중이 61.4%에 달한다. 자사 홈페이지에서 물건을 구입한 후 근처 직영 오프라인 매장에서 1시간 내 바로 구입 제품을 가져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프라인 매장 안에 요가시설을 만들어 요가복을 입고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등 고객과 직접 만나고 있다. 매장 판매직원은 ‘에듀케이터’, 구매자를 ‘게스트’라고 칭하며 소비자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코로나19로 전세계 500여개 매장 중 194개가 폐쇄됐지만 2분기(3~5월) 매출 감소폭(-16.7%)이 나이키보다 적었고 주가도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다만 급등한 주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블룸버그는 22일 “나이키가 지난 5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었던 28배보다 높은 42배에 거래되고 있다”며 “룰루레몬처럼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룰루레몬 주가는 1일 사상 최고가(389.29달러)를 찍고 이후 19.44% 급락해 313.60달러에 거래중이다.
올 여름 상장한 새내기 의류주 주가도 D2C가 가를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자사몰 비중 높은 기업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13일에 상장한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23일 공모가(1만3000원)를 소폭 밑돈 1만2350원에 마감했다. 상장일 이후 5.55% 올랐다.
이 회사는 미디어커머스 회사다. 대표 브랜드로는 요가복 전문 브랜드 ‘젝시믹스’가 있다. 미디어커머스란 콘텐츠 소비와 제품 거래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전자상거래로 국내에서는 SNS에 콘텐츠를 올리고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핵심 경쟁력은 88%에 달하는(1분기 기준) 높은 자사몰 이용 비중에 있다는 분석이다. 안주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자사몰 운영을 통해 유통회사에 지급하는 비용이 적고 제품 재구매 빈도도 높다”며 “초기 마케팅과 판매과정에서 나타난 소비자들의 반응을 다시 제품 기획에 활용하는 만큼 제품 개발비용이 크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7월 27일 상장한 더네이쳐홀딩스는 공모가(4만6000원)보다 18%가량 떨어진 3만7500원에 마감했다. 이 회사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대표 브랜드로 갖고 있는 의류 기업이다. 1분기 기준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고 그중 자사몰 비중은 29% 수준이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