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가 23일 야당에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비롯해 ‘기업규제 3법(공정경제 3법)’ 등 여야 갈등이 예고되는 법안에 대해 야당이 합의하지 않으면 국회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혀 다수 의석을 보유한 거대 여당의 ‘밀어붙이기식’ 입법을 예고했다. “원칙 있는 협치 필요”이 대표는 이날 BJC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합의가 안 되면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진정한 협치”라며 “어느 한쪽의 의견대로 끌려다니는 것은 협치가 아니라 굴종”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야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합의보다 의석수에 따른 국회법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특히 공수처와 관련해 야당이 협조하지 않더라도 신속하게 출범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공수처법은 20대 국회에서 합법적으로 통과됐다”며 “공수처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회 절차대로 심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개정안이 여야 협치를 방해할 수 있다는 의견에는 “협치가 중요하지만 지연의 도구로 쓰이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빨리 내서 공수처법이 굴러가게 도와주는 것이 협치”라고 야당을 압박했다.
여야 정쟁이 예고되는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도 국회 법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당 대표 취임 수락 연설에서 “원칙을 지키면서도 야당에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원칙 있는 협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근 4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서 여야가 한 발씩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낙연표’ 협치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정치권에 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이 대표의 강경 발언이 나오면서 21대 국회 출범 이후 이어진 여당의 독주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야당 관계자는 “한쪽의 의견에 끌려다니는 것은 굴종이라고 했는데, 여당 마음대로 하겠다는 상황에서 야당은 항상 굴종하라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秋, 특혜 문제없어”논란이 되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논란에 대해선 “사실관계가 분명해졌다”며 추 장관을 두둔했다. 이 대표는 추 장관 아들 논란이 제기된 뒤 당분간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국회 대정부질문 직전인 지난 13일 추 장관이 SNS에 처음 입장을 밝힌 뒤 이 대표는 “정치권은 정쟁을 자제하면서 검찰 수사를 돕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옳다”며 추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 대표는 이날도 “언론에 보도된 내용 가운데 사실과 다른 것이 드러나고 있다”며 “정확한 진실은 검찰 조사 결과를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강력한 수사 의지를 갖고 조사하고 있다”며 “세간의 의혹을 말끔히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서울과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추천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더 급한 일을 처리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대신 “후보를 낼 것인지는 늦지 않게, 책임있게 결정해 국민들에게 보고하고, 그 이후에 절차를 밟겠다”고 덧붙였다.
당내 각종 논란을 빚고 있는 의원들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부동산 축소 신고로 논란이 된 김홍걸 의원을 제명 조치한 것이 ‘무늬만 징계’ 아니냐는 비판에는 “정당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징계”라고 답했다. 정의기억연대 자금 유용 의혹으로 검찰에 기소된 윤미향 의원에 대해서도 “당이 보호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당원권을 정지했다”고 강조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