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5억원의 '황제 노역' 논란을 빚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78)이 조세포탈 혐의 재판에 또 불출석했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정지선 부장판사)는 23일 특가법상 조세포탈 협의로 기소된 허재호 전 회장에 대한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허재호 회장은 이날 재판에도 불출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건강상 문제를 불출석 이유로 댄 허재호 전 회장은 지난해 8월28일 첫 재판 시작 이후 비슷한 이유를 대며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다.
지난 7월15일 열린 공판기일에는 소환장 수령 사진과 항공편 예매 사실 등을 재판부에 전달했으나 건강상 문제로 항공권을 취소했다. 8월19일 열린 공판기일에도 건강 악화와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불출석했다.
허재호 회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계속 입국을 요청하고 있고, 건강이 좋지 않아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어 한국에 좀 더 늦게 오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재판부에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입국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증빙 서류인 항공권 구매 서류도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다음 기일 재판 출석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국내에 들어온다고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더 커진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이 출석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을 시 구속영장을 발부하겠다"며 "지속적 입국 거부는 구속 사유다. 반드시 다음 기일에 출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음 재판은 10월28일 광주지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허재호 전 회장은 2017년 5월부터 11월께 지인 3명 명의로 보유하던 차명주식 36만9000여주를 매도해 양도소득을 취득하고도 이를 은닉, 양도소득세 5억136만원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주식 차명 보유 중 배당소득 5800만원에 대한 종합소득세 약 650만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10년 1월 400억원대의 세금과 벌금을 내지 않고 뉴질랜드로 출국한 허재호 회장은 2014년 2월 카지노에서 도박한 사실이 드러나자 벌금을 낼 돈이 없다며 하루 5억원씩 탕감받는 '황제 노역'을 했다가 공분을 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