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유엔총회서 北 한번도 언급 안했을까

입력 2020-09-23 11:28
수정 2020-12-17 00: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의 화상 연설을 통해 7분가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환경, 경제, 외교 정책 등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번 유엔총회 연설은 취임 후 네 번째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세 차례 연설 때마다 미·미 관계 변화 상황을 반영해 북한 문제를 꾸준히 언급했다.

미·북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던 2017년 9월 연설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칭하고 "완전한 파괴"를 언급하며 대북 압박에 나섰고, 북한의 강한 반발을 샀다.

6·12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후인 2018년 9월 연설 때는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의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며 확연히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또 지난해 연설에서는 북한이 엄청난 잠재력으로 가득 차 있다며 잠재력 실현을 위해 북한은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언급 '패스'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처한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018~2019년 두 번의 정상회담과 판문점 회동 등 3차례 대면하고 비핵화 실무협상도 진행됐지만 비핵화 로드맵과 대북 제재 해제 문제를 둘러싼 입장차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주 앞으로 다가온 11월 대선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라 미·북 관계의 급진전보다는 북한이 선거전에 악영향을 미칠 도발에 나서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북한이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미 본토를 위협할 신형 무기를 선보이거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이번 연설은 북한의 경우 새로운 제안이나 메시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현상 유지를 희망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외교 분야에서 연설 방점이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책임론, 대 이란 제재 부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바레인의 관계 정상화 협정 등에 있어 북한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떨어진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화상연설 전 발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성과 중 한 사례로 북미관계 진전을 꼽았다.

그는 북한에 대해 "대통령의 두려움을 모르는 비전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보여줬다"며 미·북 간 첫 정상회담 개최, 북한 억류 미국인의 송환, 북한의 핵·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 중단 등을 성과로 꼽은 뒤 외교적 긴장을 극적으로 낮추고 한반도에 평화를 불러올 "지속적 합의를 위한 시작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