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코발트 프리' 움직임…코발트 지고 니켈 뜰까 [원자재포커스]

입력 2020-09-23 10:44
수정 2020-12-22 00:02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첫 ‘배터리데이’를 열고 향후 기술 계획을 대거 발표했다. 테슬라는 전기차 업계 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있어 방침에 따라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주요 원자재시장 향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평이다.

테슬라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프리몬트 공장 주차장에서 연례 주주총회 겸 배터리데이 행사를 열었다. 이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배터리 가격을 킬로와트시(KWh)당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일 것”이라며 “18개월 내에 배터리 가격을 56% 낮추는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날 머스크 CEO는 배터리 원료 혁신 방침으로 코발트 대신 니켈 비중을 높이겠다고 했다. 배터리 양극재 원료로 니켈만을 쓴 ‘100% 니켈, 코발트 프리’ 배터리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100% 니켈 배터리는 사이버트럭 등 장거리 주행용 전기차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30~40%, 배터리에서 니켈·코발트·망간 등 주요 원자재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약 40%다. 테슬라가 배터리 원가절감을 위해 원자재 구성을 바꿔보려는 이유다.

니켈은 코발트보다 가격이 싸고 에너지밀도가 높은 원자재다. 반면 코발트는 가격이 비싸다. 니켈에 비해 생산지역이 편재돼 있어 수급 안정성도 낮은 편이다. 그러나 전기차업계가 코발트가 들어간 배터리를 쓰는 것은 배터리 에너지 출력을 높여준다는 장점이 커서다. 안정성도 높다.



테슬라는 기존에도 코발트가 들어간 배터리의 대체재를 모색해 왔다. 중국 CATL을 통해서는 기존 LCO(리튬코발트산화물)배터리 보다 원가가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테슬라가 '코발트 프리' 배터리 개발에 나서더라도 코발트 수요가 금방 줄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주요 외신들의 분석이다. 앞으로 코발트 확보를 두고 애플, 화웨이 등 거대 정보통신(IT)기업도 경쟁할 전망이라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5세대(5G) 통신망이 확산되면서 스마트폰과 통신 기지국 안테나의 전력 사용이 기존 4세대(4G)보다 확 늘어난다.

이때문에 각 모바일기기와 기지국 등에서 코발트가 들어간 배터리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통신용 모바일 기기는 에너지밀도와 안정성이 높은 LCO배터리가 팔요하다는게 중론이다.

또다른 문제도 있다. ‘코발트 프리 배터리’의 현실화 가능성이다. 그간 배터리업계는 비싸고 희소한 코발트 대신 다른 원자재로 출력·안정성을 높인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열을 올려왔다. 업계에서 ‘그간 코발트 대체제를 안 찾은게 아니라 못 찾은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원자재 업계에서도 테슬라의 이번 발표를 놓고 이견이 오가고 있다. 배터리업계 전문 시장정보기업 벤치마크미네랄의 사이먼 무어 본부장은 “머스크가 많은 계획을 내놓긴 했는데, 대부분 환상에 가득 찬 채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였다”고 지적했다.

원자재거래기업 글로벌에너지메탈의 미첼 스미스 CEO는 “전기차 시장의 현재 성장세를 고려할 때 배터리에서 코발트를 완전히 빼겠다는 계획은 현실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금속부문 애널리스트인 크리스 베리는 “이번 테슬라 배터리데이는 답안보다도 더 많은 질문을 남겼다”고 말했다.

테슬라도 당장은 코발트 수급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콩고 광산에서 코발트를 생산하는 글로벌 원자재기업 글렌코어로부터 6000t 규모 코발트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테슬라가 100% 니켈 양극재 배터리 개발에 나서면서 니켈은 장기적으로는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23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3개월물 가격은 장중 t당 1만462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대비 가격이 0.27% 올랐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