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베란다서 담배 피울 테니 이웃들은 양해 바랍니다?'

입력 2020-09-23 10:40
수정 2020-09-23 13:27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저희 집은 비흡연자만 있는데 아랫집 담배 냄새가 올라와서 괴롭습니다. 층간 흡연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니만큼 법적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베란다·화장실 등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로 인해 아파트 내 세대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베란다에서 담배 피우니 이웃들의 양해 바란다. 냄새가 나면 창문을 닫아달라. 민원 제기도 삼가 달라"는 메모가 부착됐다.

이 같은 사연이 공유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비난하는 댓글이 쇄도했다.



"내 집에서 담배를 피울 거면 당당히 안방에서 피워야지. 베란다에서 핀다는 건 결국 자기 집에 냄새 배는 건 싫다는 이기적인 행동 아닌가?", "정말 저런 사람이 실제로 있는지 믿을 수가 없다", "혼자 편하게 살 거면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가라" 등의 반응이 터져나왔다.

일각에서는 "저 집의 담배연기에 불쾌한 누군가가 붙여놓은 거 아닐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저렇게까지 뻔뻔할 수는 없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네티즌은 "'윗집 아들만 셋입니다. 아랫집 시끄러울 시 귀를 틀어막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민원 자제 부탁드립니다'라고 써붙여라"라고 재치 있는 해결법을 제시했다.

아울러 "내가 윗집이었으면 분무기로 사이다 계속 뿌렸을 것이다. 미세 분무로 온몸이 끈끈해지는 경험을 하게 해줘야 한다", "해충퇴치약을 뿌려라", "하루에 두 시간 마늘을 빻아서 고통을 줘라", "냄새가 날 때마다 물을 한 바가지 쏟아부어줘라" 등의 조언도 이어졌다.

실제로 경기도에서 담배 연기로 인한 이웃 간 갈등 끝에 악취가 나는 화공 약품을 뿌린 30대가 경찰에 입건된 일도 있었다.

그는 본인이 담배를 피울 때마다 물을 뿌리는 데 불만을 품고 밤 10시쯤 경기도 평택 아파트에서 담배 연기에 항의하는 윗집에 올라가 베란다와 창문 등에 크레솔을 뿌렸다. 크레솔은 소독약이나 제초제 등으로 쓰이는 화공 약품으로 심한 악취를 풍긴다. 당시 윗집에 사는 가족은 악취를 참지 못해 5일 가까이 집에 나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윗집 가족은 아랫집에서 피우는 담배 연기가 집으로 올라온다며 항의했고 여러 차례 경찰이 출동할 정도로 갈등이 빚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공동주택에서 흡연을 통해 이웃들에게 피해를 줄 경우 이를 법적으로 막을 수 있을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김가헌 변호사는 "현행법상 복도, 계단 등 공용부분에서의 금연은 일정한 절차에 의해 강제할 수 있으나, 발코니, 화장실 등 전용부분에 대해서는 금연을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의 중재에 의해 사적으로 원만하게 협의하여 문제를 풀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5항에 따라 거주세대 2분의 1 이상 동의하여 관할 지자체장에게 신청하면, 아파트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 공용부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다만, 동법에서는 공동주택의 전용부분에서 흡연하는 경우까지 규제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이어 "물론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의 2에서 공동주택 입주자가 발코니, 화장실 등을 통한 간접흡연 피해 사실을 알리면, 경비원이나 관리사무소 직원 등이 흡연 의심 가구에 들어가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고, 흡연자에게 흡연 중단을 권고할 수도 있게 하고 있으나, 전용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제재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기간의 간접흡연으로 인해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손해가 발생한다면, 민사적으로 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층간 흡연’이라 불리는 아파트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 경비원 등 아파트 관리자가 실내 흡연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지만 세대 내부에서 흡연에 따른 간접 피해를 입을 경우 사적 영역이라는 이유로 규제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간접흡연의 피해를 보고 있는 당사자로서 직접 호소문을 작성하여 해당 라인 게시판 등에 부착하는 행위는 관리사무소장의 동의를 받아 가능하고,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에도 이를 작성, 부착하는 행위 정도는 가능하나 그 내용이 허위사실이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나 모욕하는 내용이 담겨서는 안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공동주택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주거를 공유하는 구조이므로,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배려가 필요하다.

도움말=법알못 자문단 김가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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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