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 한 마을에 축구경기장(7500㎡) 2배 넘는 면적에, 3층 건물 높이(15m)까지 폐기물이 쌓여 외신에도 보도됐던 ‘쓰레기산’ 문제가 발생 4년 만에 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쓰레기의 절반가량을 시멘트업체가 재활용하고 나서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열렸다. 의성군 관계자는 “쓰레기산 문제 해결의 일등공신은 시멘트업체”라고 말했다. 구원투수 나선 시멘트업체22일 환경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의성군 쓰레기산은 전체 19만2000t가운데 78%인 14만9000t이 처리된 상태다. 당초 17만2000t인 것으로 파악됐으나 지난 7월 1만9000t이 추가로 확인돼 전체 폐기물량은 19만2000t으로 불어났다.
처리된 14만9000t의 쓰레기 중 소각이 5%, 매립이 43.5%를 차지한 반면 시멘트 연료 등으로 재활용한 비중이 51.5%에 달한다. 환경부는 “올해 말까지 나머지 4만3000t 가운데 2만t은 시멘트 보조연료로 재활용하고 2만3000t은 소각 등으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쓰레기 처리의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소각로에서 태워 없애거나 매립하는 방법이다. 의성군 쓰레기산을 처리하기 위해 전국 13개 소각업체가 모였지만 기존 쓰레기 처리 물량 때문에 난색을 보였다.
환경부는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폐페트(PET)병, 폐타이어 등을 연료로 재활용하고 있는 시멘트업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쌍용양회를 비롯해 한일·한일현대·아세아·삼표시멘트와 성신양회, 한라시멘트 등 일곱 곳이 해결사로 나서 5만7000t의 쓰레기를 재활용했다. 이 중 쌍용양회가 시멘트업계 재활용 물량의 91%를 처리했다. 쌍용양회는 올해 830억원을 들여 업계 최대인 연간 50만t의 폐합성수지를 재활용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했다. 폐플라스틱의 재발견
국내에선 시멘트의 주원료인 석회석 점토 규석 등을 고온에서 용융시키는 연료로 주로 유연탄을 쓴다. 하지만 선진국에선 폐플라스틱으로 유연탄을 대체하는 추세다. 유연탄은 열량이 ㎏당 5000㎉이지만 폐타이어와 폐합성수지는 7500㎉로 ‘열원’으로 더 우수한 데다 쓰레기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비용도 거의 안 든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시멘트 제조 때 필요한 유연탄을 전량 호주와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독일 시멘트업계는 폐플라스틱 등으로 유연탄을 대체하는 비율이 68%이지만 한국은 3분의 1(23%) 수준이다.
섭씨 850도로 연소되는 소각로와 달리, 시멘트 제조 과정에선 마그마의 2배인 2000도에서 폐기물을 녹이기 때문에 유해물질 배출도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시멘트의 주원료로 쓰이는 점토의 경우 선진국에선 하수 슬러지와 석탄재가 대체하고, 주원료인 철광석도 폐타이어의 철심, 철슬래그(제철 찌꺼기) 등이 대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시멘트산업을 대표적인 ‘정맥산업’으로 분류한다. 자원 재활용을 통한 시멘트 원료 대체율이 한국은 9%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19%에 달한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유연탄만 사용해 시멘트를 제조할 때보다 유연탄과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시멘트를 만들 때 카드뮴 구리 납 등 중금속 검출량이 적게 나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활용 시멘트에 들어 있는 중금속 역시 어린이 모래놀이터의 5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