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0분이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의 만남은 짧았다. 이 자리에서 김종인 위원장은 재계가 우려하는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앞서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근부회장을 만난 데 이어 재계 양대 단체를 모두 만났지만 이 같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10분 만에 떠난 박용만…김종인의 '직진' 예고?김종인 위원장은 22일 국회 비대위원장실에서 박용만 회장을 접견한 뒤 취재진을 만나 "경제인 나름대로의 우려가 있는 얘기를 듣고 '우리가 경제 관계법을 다루면서 한국경제의 큰 손실이 올 수 있는 법을 만드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종인 위원장은 "적절하게 심의하는 과정에서 잘 반영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했다"며 "일반적 상식으로 생각해서 판단할 수 있는 게 각기 다를 수밖에 없으니 기업인들이 우려하는 것은 거기서 어느 정도 접합점을 찾으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당내 비판 목소리에 대해서는 "솔직히 얘기해서 그 문제에 대해서 파악을 하고, 인식을 해서 얘기를 하는 건지 그냥 일반적으로 밖에서 듣는 얘기를 반영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추진해왔던 게 '경제민주화'라는 사실도 강조했다. 그는 "그때 만든 공약은 지금 법안보다도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재계가 가장 반대하는 집중투표제(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투표권을 행사하고 이를 한 사람에게 몰아서도 투표할 수 있는 제도)를 당시 추진했던 것을 의미한다.
10여 분 만에 방에서 나온 박용만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국회를 떠났다.
'기업규제 3법' 김종인 표 '경제민주화' 연장 선상?재계가 강력 반대하는 기업규제 3법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법안별 주요 내용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금융자산 5조원 이상 복합금융그룹 중 금융지주, 국책은행 등을 뺀 금융그룹을 감독 대상으로 지정) △상법 개정안(다중대표 소송제도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기업에 과중한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해당 법안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김종인 위원장이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당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설파해온 김종인 위원장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으로 활동하며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이행하지 않았고 김종인 위원장은 "사람을 잘못 봤다"며 지금까지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