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00억 부실채권 '캄코시티 사태' 첫 재판…주범 혐의 부인

입력 2020-09-22 13:58
수정 2020-09-22 14:00

부산저축은행의 부실 대출로 6700억원대 채권 미회수 사태를 야기한 이른바 '캄코시티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시행사 대표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상환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는 2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시행사 월드시티 대표 이모씨에 대한 첫 재판을 진행했다.

월드시티의 자금을 몰래 빼돌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씨 측 변호인은 이날 "이 사건은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추가 대출이 중단돼 캄코시티 사업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못한데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거액의 대출을 받은 뒤에도 변제를 회피해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상환 의사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에 적극 가담했다는 범죄사실로 구속기소됐다가 무죄 선고를 받았고, 피고인과 부산저축은행 사이에는 대출금을 어떻게 변제할지의 문제만 남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대출원리금을 전액 현금으로 변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예금보험공사와의 이해관계 조정에 실패했을 뿐, 채무를 상환할 의지가 있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죄송하다. 형사책임 재판인 만큼 예단과 오해 없이 책임 여부를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캄코시티 사업은 이 씨가 2000년대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2369억원을 대출받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신도시 건설을 추진한 사업이다.

사업은 부산저축은행이 캄코시티를 비롯한 무리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투자로 파산하면서 중단됐고, 부산저축은행 파산관재인이 된 예금보험공사는 원금에 지연이자를 더해 6700억여원의 채권을 회수하지 못했다.

예보의 수사 의뢰를 토대로 이 씨가 월드시티 등 회사자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 7월 31일 이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강제집행면탈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이 씨는 채권 회수를 피하기 위해 자산 관련 담보를 제공하지 않고 매각한 혐의와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해 재산을 은닉하고 자산 회수 관련 예보 측의 조사를 거부하고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씨는 사업 실패 후 캄보디아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11월 국내로 송환됐고, 귀국과 동시에 이 씨를 체포한 검찰은 이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이 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11월30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