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30년 뒤엔 미 경제 규모의 두 배에 달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정부 재정적자와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채무비율이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 치솟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21일(현지시간) ‘2020년 장기 예산 전망’ 보고서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방정부 채무비율이 지난해 79%에서 올해엔 98%로, 2050년에는 195%로 뛸 것이라고 예상했다. CBO는 “늘어나는 재정적자가 향후 30년간 연방정부 채무비율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밀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미 연방정부 채무비율이 가장 높았던 때는 2차대전 직후인 1946년으로 106%였다. CBO는 지금 추세라면 채무비율이 2023년 107%로 올라가 사상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2030년 109%, 2040년 142%로 가파른 증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장기 예산 전망’은 초당적 기구인 CBO가 매년 앞으로 30년간 연방정부의 재정 흐름을 예상해 내놓는 보고서로 신뢰성이 높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채무비율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미 정부와 의회는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지난 3~4월 네 차례에 걸쳐 총 2조7000억달러대 부양책을 쏟아냈다. 그 결과 재정적자가 급증했고 연방정부 채무비율 악화도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코로나19 충격이 끝난 뒤에도 이런 추세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CBO는 GDP 대비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비율이 올해 16%에서 내년 9%, 2022년 6%로 낮아진 뒤 2030년까지 4~5%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이후엔 다시 높아져 2050년엔 13%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CBO는 이자 부담을 주범으로 꼽았다. 지금 당장은 저금리로 이자 부담이 크지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자 부담이 늘어나 재정적자를 키울 것이란 지적이다. CBO는 “미 연방정부의 이자 부담이 2030년 GDP 대비 2%에서 2050년엔 8%로 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필립 스와겔 CBO 국장은 지금 당장 재정위기가 임박한 건 아니며 채무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10여 년 뒤엔 주요 사회보장기금과 메디케어(노인 건강보험) 등이 소진될 수 있는 만큼 조만간 채무 감축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22일 의회에 출석해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중소기업에 중앙은행이 아니라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