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최근 캄보디아 출신의 결혼이주여성이자 세계 최정상급 당구 선수인 스롱 피아비(사진)와 후원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여러 금융사와의 경쟁을 물리치고 따낸 금융권 독점 계약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브랜드전략부는 지난달 피아비와 후원 계약을 맺었다. 대한당구연맹 소속 선수인 피아비 선수는 캐롬당구 ‘3쿠션’ 부문의 세계 1, 2위를 다투는 실력자다.
우리금융은 결혼 이주여성으로서 최정상급 선수가 된 그의 스토리에 주목했다. 우리금융의 신남방(동남아) 전략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동남아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추진 중인 다른 금융그룹도 같은 이유로 피아비 영입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2014년 현지 금융사 말리스를 인수해 캄보디아에 진출했다. 2018년에는 추가로 WB파이낸스를 인수해 두 회사를 합쳐 소매금융사업을 벌이고 있다. 피아비 선수는 WB파이낸스의 홍보 및 우리금융이 운영하는 다문화 장학재단 활동에 참여할 예정이다. 피아비 선수도 다문화 가정을 후원하는 우리금융의 취지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피아비 선수는 IMF 외환위기 시절 국민에게 희망을 줬던 박세리, 박찬호 선수에 비견되는 캄보디아의 영웅이자 스포츠 마케팅의 개척자”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의 스포츠 마케팅은 황영기 회장 시절인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 금융사 중 처음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벌였다. 박찬호, 박지성 선수를 후원했다.
하지만 이후엔 개인 후원 명맥은 끊겼다. 수년간 금융권 스포츠 마케팅의 1인자는 박태환, 김연아를 영입해 재미를 본 KB금융이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초 지주사 출범을 계기로 브랜드전략부 조직을 정비하고 본격적으로 다시 개인 후원을 시작했다.
재정비 후 1호 영입 선수는 지난해 2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혼다 클래식에서 스폰서 없이 우승한 양희영 선수였다. 당시 브랜드전략부에서 손태승 회장에게 “양 선수가 민모자(후원사 없이)로 우승했다”고 보고를 올리자 일사천리로 3월 계약을 맺었다. 이후엔 수영 국가대표 김서영 선수를 영입했다. 아시아의 인어로 불리던 최윤희 선수의 후계자로 불리는 기대주다. 미국프로골프(PGA) 선수인 임성재, 아마추어시절부터 골프 국가대표로 이름을 날리던 권서연, 김재희 등도 영입했다. 지난 주 힘든 가정형편을 극복하고 LPGA 투어에 참여하게 된 재미교포 2세 제니퍼 장과 새로 계약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앞으로는 비인기 종목 선수 발굴에도 노력할 예정”이라며 “스포츠 스타의 이미지와 ‘스토리’에 주목해 브랜드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