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같은 동네에 사는 주민들끼리 모임을 만들었다. 친목 목적이 아니다. 부동산 공동 투자를 위해서다. 개인별로 일정 금액을 갹출해 아파트와 분양권을 사들였다. 양도소득세를 많이 내는 다주택자가 되는 걸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를 썼다. 결국 여러 건의 부동산을 거래하다 국세청에 적발돼 양도세를 추징당하고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탈세 혐의 외국인 30명 포함 98명 세무조사국세청은 A씨를 비롯해 탈세혐의가 있는 98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22일 발표했다. 법인자금을 유출하거나 투자금을 증여 받은 사모펀드 투자자 등이 10명이었다. 법인을 설립해 다주택을 사들이고 편법 증여받은 혐의자 12명도 포함됐다.
외국인 30명을 포함해 편법 증여를 받은 30대 이하 연소자들이 76명으로 가장 많았다. '검은 머리 외국인'인 B씨가 대표적이다. B씨는 고가 아파트와 고급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어 자금 출처가 불분명했다. 임대 소득 신고를 누락하고 거액을 증여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연소득이 수천만원인 C씨도 고가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하다 조사 대상이 됐다. 부모 등으로부터 불법 증여를 받고 법인자금을 유출한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30대 임대업자인 D씨는 수십채의 주택을 보유했지만 임대보증금이 수천만원에 불과했다. 임대소득을 축소 신고하고 대부분의 자금을 편법 증여를 받았다. 페이퍼컴퍼니 설립해 부동산 불법 투자타인명의로 자본금 100원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불법으로 부동산에 투자한 사례도 있었다. 해당 법인이 부동산 사모펀드에 투자해 수십억원의 투자수익을 배당받았지만 그 이익을 빼돌렸다. 각종 비용을 부풀리는 형태로 법인 자금을 유출해 법인세와 배당소득세 등을 탈루했다.
법인 자금을 빼돌려 여러 채의 고가 아파트를 사들인 곳도 적발됐다. 타인명의로 사업을 하면서 소득 신고를 누락해 수십억원의 소득세와 법인세를 추징당했다.
전업주부인 E씨는 증여세를 누락한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E씨는 남편으로부터 거액을 현금 형태로 증여받아 고가의 아파트를 취득했지만 제대로 신고를 하지 않았다. 또 다주택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1인주주 법인을 설립한 후 아파트를 현물출자했다. 남편이 소유한 아파트를 법인에 양도하였으나 대금수령 여부가 불분명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앞으로 부동산 거래과정에서 변칙적 탈세가 있으면 자산 취득부터 부채상환까지 꼼꼼히 검증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