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존재들에 보내는 연민과 위로

입력 2020-09-21 17:43
수정 2020-09-22 19:07
재미 원로 시인 마종기의 새 시집 《천사의 탄식》(문학과지성사)이 21일 출간됐다. 제23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마흔두 개의 초록》 이후 5년 만에 펴낸 이 시집엔 타국의 일상 속에서 느낀 마 시인의 성찰을 담백하고 아름답게 담아낸 시 54편이 3부로 나뉘어 담겨 있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 반세기 동안 미국에서 살아오며 겪은 외로움과 고국의 작은 골목에 대한 그리움, 삶에서 마주한 소박한 존재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들이다.

이 중 시인의 현재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시는 표제시 ‘천사의 탄식’이다. 초반부에 시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뒤덮인 세상 속에서 의사로서 무력함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60년 전 시인이 되겠다고 한 건방진 약속, 늦었지만 이제 취소합니다”라며 세상 앞에 용서를 구한다.

시인은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깊은 회한을 느낀다. 시 ‘자화상2’에선 “지상의 날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며 그리움과 이별의 슬픔에 대해 말한다. 시 ‘즐거운 송가’에선 그 이별이 절절하고 슬프기보단 “청명하고 명랑한”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시 ‘다시 만나야 하니까’를 통해 “우는 얼굴일지 웃는 얼굴일지 모르지만…다시 만날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쓸쓸함 속에서 다시금 위로를 보내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