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가 뛰면서 원·달러 환율이 8개월 만에 1150원 선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환율 내림세가 멈추고 1150~1160원 선을 맴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감소 등 실물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이 원화가치 오름세에 대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2원30전 내린(원화 가치는 상승) 1158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150원 선에 진입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1월 23일(1158원10전) 후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3원70전 오른 달러당 1164원으로 출발했지만 오후 1시40분에 하락세로 전환한 직후 낙폭을 키웠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14일(마감가 1183원50전)부터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내렸고 같은 기간 28원90전 빠졌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뛰면서 원화도 덩달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만큼 두 나라 경제의 상관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지난 5월 이른바 ‘포치(破七: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것)’를 나타냈지만 현재는 달러당 6.75위안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중국 실물경제 회복에 힘입어 위안화 가치가 강세를 보인 결과다.
전문가들은 원화가치가 급등세를 이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한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는 만큼 당국이 원화 강세를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추가로 더 떨어지지 않는 데다 당국의 시장 개입이 나올 수도 있다”며 “환율이 현 수준에 안착하지 않고 바닥을 다지거나 반등에 나설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환당국이 개입할 것이라는 분석은 한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괴리된 원화 강세는 침체 국면인 수출에 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수출기업의 채산성도 나빠지는 만큼 외환당국은 일정 수준의 개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최근 환율이 급락한 것은 위안화 급등 흐름이 반영됐고 투자자들이 달러를 대거 매도한 데 따른 것”이라며 “그 이상의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