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측, 파기환송심서 "유령 같은 공소사실과 싸워왔다"

입력 2020-09-21 16:40
수정 2020-09-21 16:56
이재명 경기지사(사진) 측이 21일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 "피고인은 아무런 실체가 없는 허구의 공소사실, 즉 유령과 싸워왔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지사 측은 수원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심담)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이번 사건은 검찰 기소권 남용의 폐해를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원심 파기 판결을 받았다.

이 지사 측은 이날 재판에서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 "피고인의 친형인 고 이재선 씨에게 정신질환이 있었느냐가 쟁점이 된 사건인데, 검찰은 정신질환이 없었다고 전제하고 공소를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검찰은 실제로는 이씨의 정신질환을 의심케 하는 반대 증거를 갖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공소사실을 허위로 작성하는 점에 경악했다"며 "이런 억지·허위 기소를 벗어나는 데에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검사의 항소를 기각해 이 사건의 종지부를 찍어달라"고 호소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선거 과정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대법원의 다수의견 판시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이번 사건 발언은 지극히 개인적 의혹과 도덕성에 대한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방송토론의 돌발성·즉흥성 등 특성을 고려할 때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대법원은 판시했지만, '친형 강제입원' 관련 의혹은 과거부터 광범위하게 제기돼 왔다"고 전했다. 더불어 "피고인은 그와 같은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본건 발언과 대동소이하게 답했다"며 "토론회 이전에도 동일한 의혹이 제기돼 같은 질문에 대해 준비했으리라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파기환송 전 원심 선고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이재명 지사는 최후 변론에서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선고 기일은 다음 달 16일 열린다.

이재명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및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어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같은 시기 "검사 사칭은 누명을 쓴 것이다. 대장동 개발 이익금을 환수했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로도 기소됐다.

지난해 5월 1심 재판부는 이재명 지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같은 해 9월 2심은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공표 혐의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지난 7월 대법원은 "후보자 등이 토론회에 참여해 질문·답변하는 과정에서 한 말은 허위사실 공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