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출신 배제'…또 파격 軍 인사 단행한 정부

입력 2020-09-21 13:45
수정 2020-09-21 14:58

정부가 육군참모총장에 학군(ROTC) 출신 남영신(58·학군23기·사진) 지상작전사령관을 전격 발탁했다. 이로써 육군사관학교 출신이 50년 넘게 총장직을 독식해온 관행이 깨졌다. 또 공군참모총장에는 이성용(56·공사 34기)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을 내정하는 등 대장 5명에 대한 인사를 한꺼번에 단행했다.

국방부는 21일 이 같은 내용의 대장 인사를 발표했다. 남 내정자는 1948년 육군 창설 이후 72년 만의 최초 학군 출신 총장이다. 1969년 첫 육사 출신 총장 이후 51년 만에 나온 비육사 출신 총장이기도 하다.

육군총장은 제1대부터 제18대까지 군사영어학교 또는 일본군 장교 출신자들이 맡았다. 육사 출신 임명은 제19대 때부터였다. 육사 1기 출신인 서종철 대장이 첫 육사 출신 총장이 됐다. 이후 제48대 서욱 전 총장까지 내리 육사 출신이 독식해 왔다.

남 내정자는 1985년 소위로 임관한 이후 특수전사령관, 3사단장, 군사안보지원사령관 등을 역임했다. 특수전사령관 임명 당시에도 '비육사 출신' 최초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에도 비육사 출신은 물론 학군 출신으론 드물었던 기무사령관을 비롯한 주요 보직에 두루 임명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육군특수전사령관에서 국군기무사령관으로 발탁됐을 당시 기무사 조직을 해편(解編·해체 후 새로 편제) 한 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창설을 주도했고, 초대 안보지원사령관을 맡았다.

남 내정자는 서욱 국방부 장관과는 임관 기수로 동기다. 서 장관이 육군총장을 맡을 때 지작사령관을 맡았다. 국방부는 두 사람의 기수 차이가 없는 것과 관련해 "1993년도에 제31대 이병태 국방부 장관과 제30 김동진 육군총장이 동기로 1년 정도 같이 일한 사례가 있었다"며 "이미 서 장관이 육군총장 시절 남 내정자는 지상작전사령관이라는 지휘 관계에 있었고 당시에도 호흡을 잘 맞춰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단행된 군 수뇌 인사의 흐름을 고스란히 반영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 정부가 그간 보여온 인사 기조는 '육사 출신 배제'였다. 송영무 전 해군총장에 이어 정경두 전 공군총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했고, 세 번째 국방부 장관에 비로소 육사 41기 출신인 서욱 장관을 택했다. 그러나 합참의장 자리에는 또다시 원인철 공군총장을 발탁했다. 공사 32기인 원 후보자의 경우 육사 41기인 서 장관보다 한 기수 선배다.


공군참모총장 자리를 이어받을 이 내정자는 제10전투비행단장과 공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공군참모차장 등을 역임했다. 이밖에 정부는 연합사 부사령관에 김승겸(57·육사42기) 육군참모차장, 지상작전사령관에 안준석(56·육사43기)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 제2작전사령관에 김정수(57·육사42기) 지작사 참모장이을 각각 내정했다.

이들은 오는 22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방부는 "이번 인사는 국방개혁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병영문화 혁신 등 주요 국방정책을 보다 체계적이고 내실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역량과 전문성을 우선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를 계기로 군은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