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앞세운 수입차 vs 발목 묶인 국산차…역차별 논란

입력 2020-09-21 13:45
수정 2020-09-21 13:47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타던 중고차 반납하면 신차 할인해드립니다. 인수한 중고차는 신차급으로 무상보증 포함해 팝니다."

수입차 업계가 중고차 사업을 나날이 키워가고 있다. 중고차 반납 할인을 내세워 신차 판매를 늘리는가 하면, 사들인 중고차는 신차급 상태에 무상보증까지 제공한다며 비싸게 판매한다.

2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수입차 업계가 인증 중고차 사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국산차 업계에서는 역차별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폭스바겐, 볼보, 포르쉐, 페라리 등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제조사 대부분은 인증 중고차를 운영한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신차에 준하는 상태를 제조사가 보증한다는 게 차별점이다.

인증 중고차의 높은 신뢰도에 소비자들도 호응하고 있다. 지난해 벤츠 인증 중고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9% 증가한 6450대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도 4000여대에 달했다. BMW도 2017년 이후 1만대 수준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는 통상 보유기간 5년이나 주행거리 10만km 미만 무사고 차를 사들이고, 100~200가지 정밀 성능 점검과 수리를 거치는데다 1년 내외의 무상보증기간을 적용해준다. 가격대 성능비(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량 상태를 제조사가 보증하고 신차와 같은 무상보증까지 적용해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수입차들의 중고차 사업은 신차 판매도 촉진한다. 폭스바겐 3세대 투아렉은 지난달 300대 가까이 팔리며 역대 월 최고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가격 재조정이 이뤄진 여파이지만, 기존에 타던 차를 폭스바겐에 매각하면 신차 값을 최대 300만원 할인해주는 차량 반납 보상 프로그램 혜택도 한 몫 거들었다. 폭스바겐은 티구안 등 다른 차량을 구매하는 경우에도 타던 차를 판매하면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아우디도 중고차 반납 할인을 운영한다.

규제에 발목이 잡힌 국산차 업계는 불만이다. 중고차 판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며 대기업 진출이나 확장이 사실상 금지됐다. SK가 중고차 사업을 엔카닷컴과 케이카로 나눠 매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적합업종 지정은 지난해 일몰됐지만, 이를 대체하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도입됐다. 계형 적합업종 으로 지정되면 향후 5년간 대기업은 중고차판매업에 새로 진입할 수 없다.



이를 두고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조속히 해소돼야 할 수입차와의 역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국산 중고차 시장에 대해서도 "성능 점검 부실, 객관적 품질 인증과 합리적 가격 산출 미비 등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이 진행한 '중고차 시장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 국내 소비자 76.4%는 중고차 시장이 차량 상태를 믿을 수 없고 허위·미끼 매물이 많아 혼탁하다고 평가했다. 경기도는 온라인 중고차 매매 사이트 31곳을 조사했더니 등록된 매물 95%가 가짜였다는 결과도 밝혔다.

시장에 대한 불신이 높다보니 중고차 시장 규모도 해외에 비해 작다. 지난해 한국의 중고차 판매대수는 224만대로 신차 판매량 178만대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비해 지난해 미국의 중고차 판매대수는 4081만대로 신차 판매량 1706만대의 2.4배에 달했다. 미국은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를 매입하고 정밀 성능 점검과 수리를 거쳐 보증기간을 연장한 ‘인증 중고차(CPO)’를 판매한다.


때문에 정부는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통해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업 진입 허용 여부를 논의 중이다. 정부는 수입차 브랜드와의 역차별과 혼탁한 시장 상황을 감안해 국산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도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것이 '부적합' 하다는 의견을 냈다. 동반위가 심의한 업종 가운데 부적합 평가를 받은 것은 중고차 판매업이 유일하다.

대기업 진출 움직임에 기존 중고차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한국연합회)는 "중고차 판매업자들은 대기업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소상공인"이라며 "대기업이 양질의 중고차 매물을 독점하면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도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허위매물 등에 대해선 일부 범죄조직의 문제로, 정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기부와 현대차 본사에서 1인시위와 소규모 집회도 이어가고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