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이웃 섬나라 몰디브에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극복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지난달 5억달러 지원 결정에 이어 몰디브 지원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맞서 동남아 국가들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인도와 중국은 최근 국경에서 유혈 충돌을 벌이는 등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몰디브는 주력 산업인 고급 리조트를 활용한 관광산업이 코로나19로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 7월 중순부터 관광을 재개했으나 외국인 관광객이 아직 대규모로 들어오고 있지는 않다.
인도는 이번 차관이 이브라함 모하메드 솔리 몰디브 대통령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지원해 달라"는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성명에서 "몰디브는 이번 차관을 자국 경제 복구를 위해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차관은 몰디브 정부가 인고은행(SBI)에 10년짜리 국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도는 지난달에도 몰디브가 수도 말레와 주변 3개 섬을 잇는 다리와 둑길을 건설하는 데 5억달러를 차관과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기로 했다.
몰디브 정부에 따르면 솔리 대통령의 2018년 11월 취임 이후 인도는 몰디브에 약 25억달러를 제공했다. 몰디브는 인도와 가까운 우방이었으나 전임 압둘라 야민 대통령 시절 관계가 멀어졌다. 야민 전 대통령이 이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집중한 정책을 펼치면서다.
일대일로 사업은 일반적으로 중국 국유은행이 인프라 펀드를 통해 저개발국에 차관을 제공한 뒤 중국 기업이 건설과 운영을 맡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완공 뒤 얻는 운영 수익으로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사업 채산성을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한 아시아 저개발국들이 무리한 투자 계획을 수용하면서 재정난에 빠지고 있다.
야민 전 대통령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몰디브 섬 곳곳에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건설하는 대규모 계약을 맺었다. 몰디브에서는 현재 중국계 건설 회사들이 병원, 철도, 다리 등을 건설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몰디브는 중국에 14억달러의 빚을 진 것으로 솔리 정부는 추산했다. 몰디브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 달하는 금액이다. 관광 외에 별다른 수입원이 없는 인구 44만명의 몰디브로선 엄청난 규모다.
이에 솔리 정부는 출범 후 기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재검토하는 등 중국과 거리를 두고 있다. 몰디브는 사업비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중국이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몰디브 정부는 재협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이 채무의 일정 부분을 면제해주고 이자율을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솔리 정부는 이와 함께 친인도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는 지난해 5.9% 성장했던 몰디브 경제가 올해는 20.5% 쪼그라들 것으로 보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