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 넥슨이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탑픽’으로 거듭나고 있다. 넥슨은 올해 모바일 게임 제작사로 성공적으로 자리잡아 성장성을 확보한 게 첫번째 이유다. 또다른 요인은 경쟁사인 엔씨소프트나 넷마블 등과 달리 일본 증시에 상장돼 있어 증권사 직원들이 자유롭게 사고 팔수 있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상당수 애널리스트가 넥슨 주식을 사서 보유중"이라고 전했다.
20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넥슨은 2.08% 오른 2744엔에 거래를 마쳤다. 넥슨 주가는 지난달 3일 사상 최고가인 2883엔을 기록한 이후 기대작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출시가 연기되면서 한때 2419엔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전망도 좋다. 증권업계에서는 넥슨이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모바일 게임 제작사로 전환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게임 제작사는 일반적으로 모바일 게임 제작사가 PC게임 제작사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다. 모바일 게임시장이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PC시장의 규모를 뛰어넘었고, 이후에도 PC 플랫폼을 압도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넥슨의 올 상반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넥슨의 상반기 모바일 부문 매출은 365억엔(전체 매출의 24.8%)으로, 작년 상반기 당시 311억엔(비중 21.2%)보다 성장했고 매출 비중도 개선됐다.
넥슨은 올들어 과거 PC시장에서 쌓아둔 주요 IP를 모바일 플랫폼으로 전환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와 바람의 나라:연, V4의 ‘3연타석 홈런’을 주목하고 있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지난해 중국 출시 이후 올해 국내시장에 내놓은 게임이고, V4는 반대로 작년 11월 국내 출시 이후 올해 해외시장에 수출을 개시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따르면 20일 기준으로 바람의 나라:연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2위, V4와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각각 7위와 9위에 자리잡고 있다.
연이은 흥행에도 넥슨이 보유한 탄환은 충분하다. 넥슨 최대 흥행작인 '던전앤파이터'의 모바일판이 중국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원래 지난달 출시 예정이었지만, 중국 정부의 게임 과몰입 방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퍼블리셔인 텐센트 측과 게임 수정이 진행중이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사전예약자만 6000만명이 넘는 만큼 초기 흥행은 사실상 보장됐다는 평가다. 상반기 실적발표를 통해 내년 출시 계획을 밝힌 '마비노기 모바일'도 기대작이다. 마비노기는 2004년 원작 출시 이후 2010년 마비노기 영웅전까지 꾸준한 흥행작을 낳고 있는 넥슨의 주요 IP 중 하나다.
이런 성장성과 함께 애널리스트들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종목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한 국내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상장사에 집중하는 리서치센터 특성상 일본 상장된 넥슨을 다루는 보고서를 발간하는 업종 애널리스트는 없지만 게임업종 매출 1위 기업이라 젊은 애널리스트들의 이해도가 높다"며 "종목 선택이나 회전율, 매매 시 보고 등 컴플라이언스(내부규제) 관련 제약이 많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소속 업종을 불문하고 넥슨의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