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적폐청산 부담스럽기도"…文 "파사현정 있지 않나"

입력 2020-09-18 17:43
수정 2020-09-19 00:59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적폐청산 자체를 불교계가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불교관음종 총무원장인 홍파 스님이 문 대통령에게 “적폐청산을 좋게 생각하는 국민도 많다. 하지만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있다”며 여론을 전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적폐청산에 대한 우려를 에둘러 표현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이 변함없는 의지를 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불교지도자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불교계에 파사현정(破邪顯正·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의 정신이 있는 만큼, 적폐청산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 때문에 야기된 갈등과 분열이 염려돼 통합 조치가 이뤄지길 바라는 말씀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협치, 통합된 정치를 위해 나아가려 한다”며 “다만 협치나 통합은 정치가 해내야 할 몫인데 잘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간담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불교계의 노력에 감사를 전하면서 향후 방역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에는 천주교 지도자와 개신교계 지도자 간담회를 각각 열었다.

문 대통령은 불교계 간담회에서 일부 개신교계와 보수단체를 비판하는 듯한 발언도 꺼냈다. 문 대통령은 “정치에서 갈등이 증폭되다 보니 심지어 방역조차 정치화됐다”며 “방역은 온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야 하는데, 일각에서 방역 협조를 거부하거나 왜곡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9·19 평양 공동선언 2주년을 하루 앞두고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만남과 대화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반드시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며 불교계의 그간의 노력을 평가했다. 법회 연기 등의 방역조치를 실천해준 불교계의 결단에 특별히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